교회서 숨진 여고생…‘살해 혐의’ 신도들, “헌신적으로 돌봤다” 혐의 부인
검찰 “말 안 듣는다고 묶어”…해당 교회 피해자들 “교회 공식 사과” 촉구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교회에서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도들이 두 번째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헌신적으로 돌보던 중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 심리로 진행된 두 번째 재판에서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G교회 합창단장 박아무개씨(52·여)와 단원 조아무개씨(41·여), 신도 김아무개씨(54·여)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피해자 모친 함○○씨(52)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사망하자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유전적 정신질환을 앓던 피해자(17)는 부친의 사망 충격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했다. 이어 "박씨는 남편 사망을 위로하기 위해 함씨와 통화하다가 이들 모녀가 처한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바쁜 와중에도 모녀를 돕기 위해 합창단원 숙소가 있는 인천 교회에서 일시적으로 피해자를 돌봐줬다"며 "피고인 김씨와 조씨는 자신의 숙소에서 피해자와 숙식을 같이하며 헌신적으로 돌보다가 불행하게도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 모친) 함씨도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결박 등에 대해서는 "김씨 등이 (피해자가)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손과 발을 결박했던 것을 모두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는 (피해자가) 심한 발작 증세를 보일 때 더 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합창단장이자 교회 설립자의 딸인 박씨가 가혹행위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박씨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합창단을 이끌면서 연 200회 국내외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딱한 사정을 듣고 (신도 김씨 등에게) 피해자를 돌봐주도록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또 "피해자를 아낀 박씨는 바쁜 일정 때문에 김씨와 조씨에게 간헐적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전달 받았을 뿐"이라며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구체적인 상태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함씨에 대해선 "(함씨는)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병상이 없거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며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정신병원 내 환자 치료가 사회문제가 됐고 여고생이 성폭행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입원 치료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고인들의 변호인 7명이 변호인석을 채웠다. 피고인들은 "변호인 의견과 같다고 보면 되는가"라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검찰 "말 안 듣는다고 결박"…"교회서 사과해야" 목소리도
검찰은 변호인 입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자해를 하는 피해자에 대응하기 위해 묶었다고 하지만,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박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씨 등의 3차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은 당일 피해자 모친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인천지법 앞에서는 G교회를 탈퇴한 피해자모임의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전해동 피해자모임 대표는 "G교회는 해산하고, (교회 산하) 합창단 법인은 폐업하라", "G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라"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G교회에서는) 잘못된 교리를 신도들에게 전파하고 있다"며 "거짓된 종교적 세뇌가 이들의 악행으로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김아무개양(17)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김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김양은 계속된 학대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김씨 등은 김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하면서 강한 결박을 위해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하기도 했다.
김양 모친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김양은 지난 5월15일 오후 8시께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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