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350억원 부당대출' 우리은행…불똥 어디로
전결권 제한 등 조치 내놨지만…실효성 '의문'
임기 만료 앞둔 조병규 행장 연임 부담 커질 듯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일가에게 수백억원대의 부적정한 대출을 내준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책무구조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나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당장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책임 공방은 물론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 행장의 연임 여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태승 전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에게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이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1차 자체 검사를 했고,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5월부터 6월까지는 2차 자체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이번 사건을 내부적으로 처리해 덮으려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1차 자체 검사를 마무리하면서 임직원 면직 등을 단행했는데, 수사당국에 관련인을 고소한 것은 지난 9일이다. 상당한 시차가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올초 해당 사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6~7월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지난 1~3월 진행된 1차 검사에서는 서류 위조나 배임 등 범죄 혐의가 아니라 일부 여신의 부실만 발견했기 때문에 금감원에 보고 의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올초 해당 사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뒤 6월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통제 부실…지점장 전결권 제한 조치도
이러자 우리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공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공언했는데도 이와 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자 우리은행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대규모 금융사고가 지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또다시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당연시 해왔던 불합리한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불합리한 관계, 내부통제 작동 여부 등을 되짚어 보고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영업점장의 대출 전결권을 제한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각 지점장들이 취급한 여신에 대해서 검토를 한 이후 문제 여신을 취급한 지점장들에 대해서는 여신 전결권을 줄이거나 후선으로 빼면서 사실상 여신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그러나 앞서 우리은행에서 영업점장에 대한 전결권 제한이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해당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발표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말 임기 만료 조병규 행장…연임 '먹구름'?
아직까지 책무구조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이 현직 은행장이나 지주 회장의 제재 등으로 전이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여신이 현 회장 및 은행장 재임 기간에 취급됐지만 기존 여신에 대한 추가 대출이거나 담보부 여신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우리은행에서 이같은 금융사고가 수차례 반복돼 왔던 만큼 오는 10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임 회장이나 조병규 우리은행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번 사건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조 행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조 행장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위한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금융사고가 포착된 만큼 연임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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