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 역사 어디까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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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영국인에게 조선 시대와 견줄 만한 영국 왕조를 묻는다면 '튜더왕조'라는 답이 바로 튀어나올 것이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튜더왕조를 축구나 차만큼 사랑하는데 우리가 튜더왕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헨리 8세와 그의 부인들, 엘리자베스 1세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이런 의견을 밝힌다면 주목받지 못하는 한 명의 왕, 해안에 서서 파도에 멈추라고 명령했지만 결국 자신의 발을 바닷물에 적신 크누트와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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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격투 등 화려한 이야기
역사수업서 가장 많이 가르쳐
백년전쟁·빅토리아 시대 등
주목받지 못한 역사도 관심을
한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영국인에게 조선 시대와 견줄 만한 영국 왕조를 묻는다면 '튜더왕조'라는 답이 바로 튀어나올 것이다. 1485년부터 1603년까지 잉글랜드를 통치한 튜더왕조를 왜 조선과 비교하게 되었는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피비린내 나는 왕위 찬탈을 통해 옥좌에 올랐고, 헨리 8세와 그의 여섯 부인, 블러디 메리와 처녀왕 엘리자베스는 조선의 여러 왕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튜더왕조와 조선 왕조의 가장 큰 공통점은 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교과 편성자들과 역사교사들은 튜더왕조를 몹시 좋아하는 듯하다. 내 경우는 학창 시절 동안 4년에 걸쳐 튜더왕조를 아주 심도 있게 배웠다.
한국 어린이들이 '태정태세문단세'를 운율에 맞춰 외우듯이 영국 초등학생들도 헨리 8세의 부인 6명의 운명을 암기하려 'Divorced, Beheaded, Died, Divorced, Beheaded, Survived(이혼, 참수, 사망, 이혼, 참수, 생존)'를 리듬에 맞춰 흥얼거린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튜더왕조를 축구나 차만큼 사랑하는데 우리가 튜더왕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헨리 8세와 그의 부인들, 엘리자베스 1세에 집중되어 있다. 신교도의 나라가 되었고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남겼고 중앙집권제로 왕권이 강화되었으며 잉글랜드 해군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는 등 중요한 일들이 헨리 8세와 그의 딸이 잉글랜드를 통치하는 기간에 많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역사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건도 많다. 12년간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잉글랜드 왕국의 초석을 성공적으로 마련한 앨프레드 대왕이나 그의 손자이자 잉글랜드의 첫 번째 왕이 된 애설스탠 그리고 앵글로색슨과 침략자 바이킹의 백년전쟁은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식민지로 삼은 빅토리아 시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국 역사의 다른 중요한 시기인 로마와 노르만의 침략, 시민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또한 대충 훑고 지나갔다.
인터넷으로 각종 자료가 넘치는 오늘날에도 잉글랜드의 나머지 역사는 그저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받는다. 내가 거주하는 작은 타운은 한때 영국 시민전쟁의 진원지였고, 앨프레드 대왕의 생가에서 30분 떨어졌다. 헨리 8세가 그의 아내들을 참수하기 위해 세운 런던탑이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촌 메리 여왕을 가두었던 스코틀랜드의 로클레벤성으로 영국인들이 몰려드는 것과는 다르게 이곳을 보러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튜터왕조가 중요한 시기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이런 의견을 밝힌다면 주목받지 못하는 한 명의 왕, 해안에 서서 파도에 멈추라고 명령했지만 결국 자신의 발을 바닷물에 적신 크누트와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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