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사설탐정 고용해 배우자 뒷조사...법원 판단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의뢰인·사설탐정에 벌금형

광주지방법원. /조선일보DB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설탐정을 고용해 남편의 사생활을 조사한 아내와 사설탐정이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2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3)씨와 사설탐정 B(51)씨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수 차례에 걸쳐 정당한 이유 없이 남편의 직장과 거주지 등을 찾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등 지속·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설탐정인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의뢰를 받아 A씨 남편의 사생활을 지켜보긴 했지만 지속·반복성이 없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A씨의 의뢰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업무 수행을 위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범행이 불륜 행위에 대해 증거를 수집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행위였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B씨는 A씨와 함께 짧은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피해자의 직장과 거주지를 찾아가 상당한 시간 동안 피해자를 기다리거나 지켜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지속·반복적으로 이뤄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타인에 관한 사실조사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설탐정이란 직업이 갖는 특수성을 양형에 고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B씨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른바 ‘탐정업’에 관한 규제제도의 미비와 잘못된 인식이 범행에 다소나마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