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아수라장…'예측 불가' 난기류에 항공업계 '초비상' [이슈+]
항공업계 대비 '박차'
항공기를 위아래로 요동시켜 기내 사고 위험을 높이는 터뷸런스(난기류) 발생 빈도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들이 비상에 걸렸다. 기후변화로 더 뜨거워진 지상 공기가 비행기가 주로 다니는 고도 10㎞이상 성층권 기류에 영향을 끼치면서다. 항공사들이 빈번해진 난기류를 새로운 리스크로 삼고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뜨거운 지구…‘예측 불가’ 난기류도 급증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국적 항공사들이 운항 중 겪은 난기류 횟수는 1만4820회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난기류(2만575건) 72%를 이미 상반기에 만난 셈이다.
난기류가 잦아질 수록 항공기 승객과 승무원 부상 가능성도 커진다. 항공기가 난기류를 피하거나, 통과하려면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 손실도 상당하다. 올초 영국 레딩대 연구팀이 북대서양 항공노선을 분석한 결과 “항공기에 심각한 수준의 영향을 줄 수 있는 난기류 지속시간이 1979년 연간 17.7시간에서 2020년 27.7시간으로 55%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난기류를 늘렸다고 설명한다. 지표 공기가 뜨거워지며 대류권(고도 10㎞ 이하)과 성층권을 오가는 ‘수직 기류’가 세졌다는 얘기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표 온도가 높아지면 상승기류가 강해지고, 성층권의 하강기류가 만나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난기류는 ‘대류성 난기류’라고 부른다. 난기류는 발생 원인에 따라 대류성 난기류와 청천 난류, 산악지형 난기류 등으로 나뉘는데, 그동안 항공업계에선 맑은 하늘에서 발생해 조종사가 알아채기 어려운 ‘청천 난류’를 특히 위험하다고 여겨왔지만, 그나마 우려가 줄어드는 추세다. 청천 난류가 제트기류 영향이 시작되는 시장 10km 전후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럼에도 대류성 난기류는 도무지 예측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청천 난류는 발생 1~2일 전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고, 이에 맞춰 비행 항로와 비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대류성 난기류는 현재 실시간 관측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와 연구팀은 현재 실시간 레이더와 위성 영상을 사용해 대류운 난기류를 감지하는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다.
잇따른 사고에 분주한 항공업계
난기류 사고는 항공사들의 새로운 운항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는 미얀마 상공 1만1000m 지점에서 난기류에 갑자기 만나 100m를 상승했다가 다시 50m를 하강했고, 미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못한 승객이 위아래로 부딛치며 기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에 영국인 1명이 사망했고, 한국인 1명은 척추뼈가 골절됐다.
싱가포르항공은 이 사고로 다친 모든 승객에게 최대 2만5000달러(3420만원)를 지급했다. 이휘영 인하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천재지변에 대해선 항공사가 보상할 법적 책임은 없지만, 회사 평판을 지키려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몽골행 대한항공 항공기도 중국 톈진 상공에서 강한 난기류를 만나 15초간 항공기가 요동쳤다. 기내식이 쏟아졌지만, 다행히 안전벨트를 승객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라 중상자는 없었다.
사고에 앞서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의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착륙 20분에서 착륙 40분 전으로 앞당겼고, 오는 15일부터는 일반석에 대해선 컵라면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뜨거운 국물 음식은 난기류를 만났을 때 화상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난기류 정보 공유 플랫폼에 가입해 대응하고 있다”며 “승객들도 기내에서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하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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