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혼선이 초래한 가계부채 딜레마[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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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2021년 4월 이후 최대인 7조166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이 저금리 정책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느라 발생한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편성한 지원 예산이 1조395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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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인하 앞두고 계획적 디레버리징 필요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2021년 4월 이후 최대인 7조166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한 달 새 7조5975억원이 증가했다.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한 2014년 이후 월별 최대 증가폭이다.
6월 한 달 동안 5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 5조8467억원 늘어나자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올리고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해 시도했다.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은 더욱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급하게 조정된 금리정책으로 대출 수요를 막기 역부족이다. 9월부터 시행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로 인해 그 전에 대출 막차를 타고자 오히려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고는 이미 정책적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혼란 그 자체이다. 국토교통부는 2년 이내 출산한 부부에게 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디딤돌(매입) 대출, 버팀목(전세) 대출 등 저금리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이 저금리 정책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느라 발생한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편성한 지원 예산이 1조395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올해 정책형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금융위원회의 정책은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해 왔다.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한 조치로 정책 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를 일반 주택담보대출 수준으로 오히려 상향 조정한 것이다. 시중은행과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한쪽에서는 저금리를 통한 대출을 독려하도록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고금리를 유지해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시그널을 주는 혼란스러운 정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정책적 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2%대로 진입한 물가상승률과 지속되는 내수 부진,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금리인하로 정책의 무게가 옮겨가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치솟는 주택가격과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는 가계대출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게 됐다.
금리정책은 외부 시차도 상대적으로 길고,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예측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어야 정책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갈팡질팡 정책으로 인해 일정 시간이 흐르더라도 과연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의문이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밀도 있는 계획의 부재가 안타깝다. 대증적인 임시방편으로 연명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정책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보다 요령 피우는 사람들만 이득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가계부채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면서 고통분담을 최소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연착륙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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