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해곡 ‘대지진 경고’에…“일본 여행 갈까, 말까” 대혼란

오동욱 기자 2024. 8. 12. 16: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가철 여행 취소하자니 아쉽고…
대지진 경고 무시하자니 또 ‘찜찜’
정부 ‘여행경보’ 발령 없이 “조심을”
일부는 신중한 당국 태도에 “불만”
일본 규슈 남동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8일 오후 4시 43분께 규모 7.1 지진이 발생해 규슈와 시코쿠 일부 지역에서 최고 높이 50㎝가량의 쓰나미(지진해일)가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애초 지진 규모를 6.9로 발표했다가 상향 조정했다. 진원 깊이는 30㎞로 추정됐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100~150년 주기로 일본에서 일어난다는 거대 지진인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에 일본 여행 계획을 세워둔 시민들이 고민에 빠졌다. 만약의 사태 때문에 일본 여행 취소하자니 아쉽고, 경고를 무시하자니 찜찜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 등은 지난 8일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주의보)를 내렸다. 이날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이 난카이 해곡에서 나타날 대지진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역으로,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해역까지 태평양 연안에 길게 이어졌다.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 사이에선 여행 취소 여부에 관한 입장이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12일 일본 여행 커뮤니티인 ‘네이버 일본 여행동아리’(네일동)에서 “원래 여행을 강행하려 했는데 기시다 총리가 해외 순방 일정 등을 다 취소했다”며 “오늘 항공과 숙소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호텔 등 환불 수수료 탓에 강행하려고 했지만 가족이 반대한다”며 “가고 싶은데 대화가 안 통하니 울화통이 터진다”는 글도 올라왔다.

최근까지 일본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일본 여행 붐이 크게 일었고 휴가철이 겹쳤기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의 일본 여행객은 444만206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여행객 수(312만8476명)에 비해 125만명 이상 증가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엔화 약세와 함께 항공편이 늘어나며 베트남 다낭 다음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곳이 일본”이라면서 “우리 회사에서도 지난달 일본에 간 여행객이 1만2904명으로 6월 1만2686명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외교부는 현재 일본 난카이 지진 관련해서 별도의 ‘여행경보’ 발령 없이 ‘안전공지’만을 제공하고 있다. 외교부는 안전공지에서 일본 기상청 발표를 간략히 소개하고 “(일본을) 방문 또는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상청 역시 별도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의 지진이기 때문에 일본의 발표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면서 “지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 수준이라 행정안전부나 외교부와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답답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는 15일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 여행을 계획 중인 김모씨(64)는 “일본 여행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뉴스에 나오는데 정부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말을 하지 않아 갑갑하다”며 “이럴 때 무슨 기준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난카이 지진 관련 안전 문의는 발생했지만 예약·취소에서는 눈에 띄는 변동 사항은 없다”면서 “항공 운항도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외교부에서 ‘여행경보안내’도 없는 상황으로 안전 우려만으로는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난카이 해곡 지진 관련 안전공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갈무리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민들 모두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일본 지진 역사에서 토카이, 토난카이, 난카이 세 지역이 한꺼번에 쪼개지는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엔 가능성이 0.5%라고 발표된 것이고, 토카이 지역만 볼 땐 향후 30년 안에 지진 발생 위험이 80%”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행 동선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는 “현재 해외 재난 상황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여행경보제도 말고는 없다”며 “현재의 경우라면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근거로 들어 여행유의 단계 정도는 경보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여행경보는 안전 위험요인을 숙지·대비하는 단계인 ‘여행유의’부터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하는 ‘여행자제’, 여행 취소·연기를 권하는 ‘출국권고’, 여행금지를 강제하는 ‘여행금지’단계로 구분되는데, 1단계 정도는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기상청은 향후 지각에 큰 변동이 없으면 오는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 주의보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난카이 대지진 괴담에 일본 기상청 “지진 발생일 정확히 알 수 없어”
     https://m.khan.co.kr/world/japan/article/202408121153001#c2b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