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모펀드 투자로 채무 변제’ 자구안 냈지만…관건인 투자자 확보는 난항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티몬·위메프(티메프) 측이 사모펀드 투자를 받아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자구안을 법원에 제시했다. 다만 티메프 측은 아직 확실한 투자자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 회생 절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평은 12일 이런 내용의 자구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구조조정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해 판매자 등 상당수 채권자의 채무를 변제하고, 이후 경영을 정상화해 3년 안에 기업을 재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구조조정펀드는 경영 위기를 겪지만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사들여 기업이 정상화하면 다시 시장에 매각해 차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는 사모펀드다. 티메프 측은 초기에는 해외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논의를 해왔는데,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하자 전문 투자기관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티메프 측이 사모펀드 투자자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티메프 측의 자구안은 13일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공개될 예정인데 채권자를 설득하려면 확실한 투자자 제시가 필수적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기자에게 보낸 문자에서 “투자유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금요일(지난 9일)에 (투자자) 세 군데와 만났고, 내일(13일)도 법원과 협약된 구조조정펀드에서 (협의회에) 오실 예정이라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밝힌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설립 계획은 티메프 각사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구 대표는 KCCW라는 신규 법인을 설립해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추진하고,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 대표 역시 당장은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 대표는 경향신문에 “먼저 각사 독자 회생을 위한 자구안을 통해 투자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사가 먼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합병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단 판매자 측은 일련의 자구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해액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은 “회사가 투자를 받아온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판매자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 대표가 피해 금액도 밝히지 않고 본인 자산 상태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도 망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13일 티메프 측이 제출한 자구안을 토대로 채권단 및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회생절차 협의회를 연다. 협의회는 채권자 보호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자들은 협의회 논의를 토대로 법원이 당초 지정한 ARS 프로그램 시한인 다음 달 2일 전까지 자구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체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가 반대하면 ARS프로그램은 중단되며 티메프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검찰은 자구안 마련이나 회생 절차 진행과 무관하게 횡령 및 사기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주요 피의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금거래소가 지난 6일 구 대표를 상대로 낸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아파트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이 아파트는 구 대표와 그의 아내가 7대3의 비율로 공동 보유 중이다. 가압류 신청이 인용된 금액은 약 36억7500만원이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주식회사 문화상품권이 큐텐 그룹의 기술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를 상대로 낸 1억원대 채권 가압류 신청도 받아들였다. 주식회사 쿠프마케팅이 큐텐테크놀로지에 제기한 6억9700만원의 채권 가압류 신청도 인용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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