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전기차 화재는 모두 배터리 탓?`…"안전성 최우선"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배터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단계부터 어떤 안전 기술이나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나요?"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배터리 제조 단계부터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의 발생 빈도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배터리 온도가 수 초 안에 섭씨 1000도 넘게 치솟는 열폭주가 일어나면 진압이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는 등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모듈과 팩의 소재도 강화했습니다.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팩은 발화가 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는 설계 최적화로 열 전이 방지 솔루션을 강화했습니다. 하이니켈 NCMA는 니켈의 비율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증가시키지만 높은 니켈 함량은 열적 안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열 제어 기술로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배터리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열이 배터리 내부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해 열이 전체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 올해 말에 양산 계획 중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에도 셀 레벨의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배터리 내부의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임과 동시에 셀의 안전성, 연쇄 발화 방지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술은 한 셀의 과열이나 과압이 인근 셀로 전이돼 일어나는 연쇄 반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삼성SDI 역시 안전성 인자에 대한 검증을 원자재 선정 단계부터 수행하고 있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FMEA'(고장형태 영향분석)와 가속평가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속평가법은 제품의 내구성과 수명을 예측하기 위해 일반적인 사용 조건보다 훨씬 극한의 조건에서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 평가에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특히 삼성SDI는 알루미늄을 외장으로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합니다. 삼성SDI는 이 제품에 '가스 배출 특수 장치'를 적용했습니다. 제품 위에 난 작은 구멍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이상 상황 발생 시 열리면서 충격이 가해진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가스를 내보냅니다. 이외에도 과충전 방지 장치와 단락 차단 장치, 특수 소재의 열 확산 차단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SK온은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의 분리막 사이로 양극과 음극을 교차 적층하는 '스태킹 공법(Z폴딩)'을 독자적으로 확보했습니다. Z폴딩 기법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성을 낮춥니다. SK온은 이 기술이 적용된 NCM9배터리로 미국 에디슨 어워즈 'EV 배터리 향상'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K온은 지난해 개소한 충남 서산에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에서 배터리가 통상 견딜 수 있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일명 '악의 시험'을 상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하 40도, 영상 80도와 같은 극한의 온도에서 배터리 내구성을 검증합니다.
사무 공간을 제외하면 건물 전체가 발화 시험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방폭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화재·진동·충격 등 다양한 전기차 사고 환경을 모사한 재현 시험을 비롯해 열폭주, 과충방전, 외부 단락 등의 시험들이 가능합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단계에서 안전성을 최우선 고려 요소로 하고 있다"라며 "전기차 화재가 날 때마다 배터리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자재 선정부터 제품 생산, 출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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