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앞 ‘박정희 광장’ 5m 대형 표지판···홍준표, 14일 제막식 참석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시가 동상 건립 전에 5m짜리 대형 표지판을 설치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대구를 독재의 섬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대구시는 오는 14일 오전 11시30분쯤 동대구역 앞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제막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시청·시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정희 광장’이 적힌 표지판은 4∼5m 높이로 제작된다. 제막식 하루 전날인 13일 광장에 조성된 잔디밭에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 표지판을 세움으로써 공식적인 명칭이 박정희 광장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지난 3월부터 동대구역 앞 광장과 내년 준공 예정인 남구 대명동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상의 크기는 각각 3m와 6m에 달한다. 다만 실제 제작시 현장 여건 등을 감안해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동상 제작에 드는 사업비는 총 12억원이다. 올해 추경에서 동상 건립 사업비로 책정된 14억5000만원 중 나머지 2억5000만원은 동상 주변 폐쇄회로TV 설치와 작가 공모 등에 쓰인다.
홍 시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말까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그곳에 동상도 세운다. 내년 말까지는 박정희 공원도 오픈하고 그곳에도 동상을 세울 것이다. 그러면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이 언급한 대구 근대 3대 정신은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화운동, 박 전 대통령 산업화다.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일정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단체는 “왕조시대에도 상상하기 힘든 폭거”라며 홍 시장을 맹비난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한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표지판 설치는 관련 법령과 정부의 업무편람 및 대구시 조례 등 법규에서 정한 절차도 위반한 독단적 행정”이라며 “대구시가 법률과 조례마저 무시하고 독단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대구역은 대구 관문으로서 하루에도 수만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며 “대구시와 홍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해 대구를 스스로 수구 독재의 섬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동대구역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박정희 찬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며 “친일반민족행위와 좌익 활동, 군사쿠데타, 헌정 유린, 인권침해와 부정부패로 점철된 박정희가 우상으로 숭배받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홍 시장 망상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공원 이름 하나 바꿔도 주민 의견을 듣는데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시장 마음대로 바꾸나”라며 “박정희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홍 시장은 야욕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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