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소행" 영국 극우 폭력시위…가짜뉴스 역추적 해보니 러시아?

김하늬 기자 2024. 8. 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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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반(反)이민·반무슬림 폭력 시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테러방지 기술 협회 애덤 해들리 대표는 "온라인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이 많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로 모여라'라고 요구하는 계정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총알과 폭탄만 생각하지만, X와 같은 SNS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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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반(反)이민·반무슬림 폭력 시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같은 발언을 한 사람이 영국 첩보기관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영국 로더럼에서 4일(현지시간) 이민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경찰로부터 달아나고 있다. 2024.08.04. /로이터=뉴스1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전직 비밀정보국(MI6) 요원인 크리스토퍼 스틸을 인용해 "영국 전역의 폭력적인 시위에 러시아가 분명히 개입했다"며 "관련 안보 기관이 이 사안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틸은 MI6에서 러시아 전담 업무를 했던 사람이다. 스틸은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어린이 무용학원 흉기난동 살인사건이 무슬림 사람 소행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진 곳을 역추적해보면, 러시아 관련 웹사이트가 나온다. 거기에서 허위 정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틸이 언급한 허위 정보는 주로 '채널3 나우(Channel3 Now)'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이트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매체는 주로 영국과 미국 뉴스를 전달하면서 AI를 활용해 뉴스 자료를 섞어서 배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월섬스토=AP/뉴시스] 7일(현지시각) 영국 월섬스토에 반이민·반무슬림 극우 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대가 모여 있다. 지난달 29일 어린이 댄스 수업 교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3명이 살해되고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 정보가 확산한 이후 극우 폭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반극우 맞불 시위까지 열리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024.08.08.

MI6이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극우 비평가에 대한 조사를 벌일 수 있다는 암시도 있었다. 대표적인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은 실제 용의자가 체포된 뒤에도 "이 사건이 왜 '테러'로 취급되지 않느냐"며 "진실이 숨겨지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SNS에 올려 음모론을 확산시킨 핵심 인물로 꼽힌다. 용의자는 사실 기독교도가 다수인 르완다 출신 부모로부터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었지만 허위 정보 게시물은 빠르게 공유됐다. X 게시물 수만 보면, 사건 3일 차엔 '망명' '이슬람' '이민자'라는 표현과 사우스포트 지역을 엮은 게시물 수가 2만8500개에 달했다. 앞서 일간지 더타임스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4~5시간이 지난 시간부터 X에서 무슬림 용의자라며 '알리 알샤카티'라는 틀린 이름이 떠돌았다"며 "주로 극우 세력들이 반이민 및 이슬람 혐오 감정을 조장하기 위해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틸은 "MI6는 토미 로빈슨과 같은 선동가들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며 "그들이 누구와 만나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자금내역 등을 다 열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러시아가 (영국) 상황에 어느 정도 간섭했는지를 밝혀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영국 총리실도 "허위 사실에 대응할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온라인정보팀(NSOIT)'을 투입해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부는 '국가행위자들의 개입'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영국 정부가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연계된 SNS 계정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데 적극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테러방지 기술 협회 애덤 해들리 대표는 "온라인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이 많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로 모여라'라고 요구하는 계정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총알과 폭탄만 생각하지만, X와 같은 SNS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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