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안세영이 폭로한 배드민턴협회 조사 "선수라면 누구든 말할 수 있어"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안세영뿐 아니라 우리 선수라면 누구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선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체부와 체육단체가 지녀야 할 당연한 자세다."
이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한다. 문체부는 12일 안세영의 폭로로 대표팀 관련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선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는 문체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 규칙에 따른 사무 검사와 보조금 관리 법류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의 법적 성격을 지닌다. 2024년 기준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조금 71억 2,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고 알렸다.
이어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훈련과 대회 출전 지원의 효율성,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배드민턴 종목에 있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의 합리성, 선수의 연봉 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관행상 금지되고 있는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과정 참여 필요성도 검토한다. 모두 다 안세영이 지난 5일(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인터뷰에서 제기한 문제들이다.
문체부는 "배드민턴뿐 아니라 다른 종목 발전에도 파급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장은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맡는다. 문체부 직원들과 산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이 조사단에 포함됐다.
이정우 국장은 "안세영뿐 아니라 우리 선수라면 누구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선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체부와 체육단체가 지녀야 할 당연한 자세다. 이번 조사의 근본적인 질문은 '협회가 선수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안세영의 대한배드민턴협회 비판 인터뷰를 두고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았다"고 한 말을 반박한 것이다.
안세영은 세계 최정상에 서서 폭탄 발언을 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 짓고 가진 첫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다. 선수들의 자격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지적했다.
안세영은 이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다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다"고 또 한 번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들의 선수 관리에 쓴소리를 뱉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다른 자리에서 안세영은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많이 누리고 싶다. 이 순간을 위해 억누른 게 많다. 이제는 숨 좀 쉬면서 웃으면서 투어도 다니고, 즐기면서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늘 꿈꿔왔던 목표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실한 선수 관리, 불공정한 대표팀 선발, 지도자와 임원들의 고압적인 태도 등이 밝혀져 전국인 분노를 샀다. 문체부는 9월 중 조사 결과 발표를 목표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면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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