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정봉주발 ‘내홍’···이재명 2기 당내 갈등 예고?
다섯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결승점을 향해 가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가 국회에 대거 입성한 4·10 총선 후 치러지며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 선거가 된데 따른 내홍도 빚어졌다. 정봉주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봉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 무리들을 뿌리뽑겠다”며 “어떠한 모진 비난이 있더라도 이들을 도려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날 기준 누적 득표율 15.63%로 2위인 정 후보는 사실상 이재명 2기 지도부 입성이 확정됐다.
정 후보는 “이들은 이재명을 위한다며 끊임없이 내부를 갈라치고 경쟁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당을 분열시켜 왔다”면서 “전국당원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그들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본격적인 당의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해당 ‘무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에 대해선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친명계에 날을 세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팔이 무리’와 ‘이재명 전 대표’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에 그는 “그건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27일까지 지역순회 경선(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 득표율 1위를 지킨 정 후보가 김민석 후보에게 자리를 내준 데에는 이 전 대표의 직간접적 지원 영향이 크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김 후보의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이냐”고 말해 명심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당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이 재차 부각됐다. 정 후보는 선거법 위반, 성추행 의혹, 가정폭력, ‘목발 경품’ 장병 비하 발언 등으로 지난 총선 때 공천이 취소됐다.
정 후보가 사석에서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 선거 개입을 비판했다는 논란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 후보와 통화했다고 밝힌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에서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해 상당히 열 받아 있다”며 “정 후보가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강성 당원들은 전날 합동연설회에서 정 후보에게 “사퇴하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날 “사적인 대화이다 보니 본의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 후보의 기자회견은 일차적으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차기 지도부에서 친명계와 각을 세우며 독자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예고로도 해석된다. 유튜브 방송 등으로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 권리당원의 지지를 받은 만큼 대표를 단순 ‘보좌’하는 최고위원이 아니라, 독자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의 선전은 민주당이 당원 중심주의 정당을 표방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대의원(14%) 권한을 줄이고 권리당원(56%) 몫을 늘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내홍이 2기 지도부에서 당내 갈등이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는 하나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친명계는 정 후보의 ‘이재명팔이 척결’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지호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들 간의 축제가 되어야 할 당원대회가 동지들을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장으로 혼탁해지는 모습에 유감”이라며 “소소한 네거티브도 견디지 못해 불특정 다수의 동지를 악마로 규정짓는 정치인이 어떻게 민주당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특정 후보 네거티브 금지’ 공지글에는 정 후보를 겨냥해 “특정 최고위원 후보에 한해 사실 기반 비판을 전면 허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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