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3지대’ 돌풍 커원저, 정치자금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돼
‘옳은 일 해라’ 랩 하던 청렴 이미지 타격
지난 1월 대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제3지대’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주석이 정치자금 부실 신고 파문에 휩싸였다. 12일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타이베이지방검찰에 접수되면서 관련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커 주석은 이날 오후 정치자금 가짜계좌 의혹에 대해 “조사 결과 지출 내용은 모두 선거 관련 업무에 사용됐으며,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다. 이번 실수로부터 배우겠다”고 해명했다.
대만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당시 민중당의 총통 후보였던 커 주석의 선거 유세 활동을 맡았던 업체 2곳은 916만대만달러(약 3억8000만원)에 달하는 홍보비를 받지 못했지만 관련한 세금 신고가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커지자 대만 기진당은 이날 커 주석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위조 혐의로, 국민당 소속의 타이베이시 시의원은 커 주석을 배임죄로 각각 고발했다. 당시 회계사도 횡령, 문서위조,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민중당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 캠프 전용 계좌에서 약 18만개에 달하는 소액 모금을 받았다면서 회계사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캠프 총간사를 했던 황산산 민중당 비례대표 입법위원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당시 너무 일이 많아 회계처리에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만언론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8년간 타이베이 시장 재임 시절 과학단지 건설 등에 대한 의혹에 이어 이번 총통선거 정치자금 부실 신고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커 주석의 정치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강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국민당 훙멍카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모든 불법 행위에 면죄부는 없다”고 커 주석을 압박했다.
커 주석은 외과 의사 출신 정치인이다. 대만 최고 명문인 국립대만대 의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립대만대병원 응급의학센터장을 역임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타이베이 시장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시 여당인 국민당 롄성원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래퍼와 함께 힙합곡을 부른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옳은 일을 해라’, ‘똑바로 살라’거나 ‘게으름 피우거나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가사를 담았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끌게 하려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선거에서도 대만 독립이나 양안 관계 같은 명분을 강조하는 대신 민생 경제를 내세워 젊은 층들의 지지를 받았다. 60대 나이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120만명에 달한다.
민중당은 지난 선거에서 양당 체제인 대만에서는 이례적으로 제3정당으로서 26%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정치자금 파문뿐 아니라 지난달에는 민중당 소속 신주시장이 부패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연이은 스캔들로 민중당의 ‘새 정치’ 이미지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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