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편의점에 밀렸던 슈퍼마켓, 효자 됐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치였던 기업형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고물가로 집밥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접근성과 신선식품, 델리(즉석식품)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SSM이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2분기 매출 3941억원, 영업이익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주요 사업인 편의점의 매출이 5%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3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롯데슈퍼의 2분기 매출은 1.6% 늘어난 3303억원, 영업이익은 153% 증가한 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슈퍼와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인 마트사업부의 매출이 7%가량 줄어들고, 영업적자 162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 사업부 중 롯데슈퍼는 영업이익이 유일하게 성장했다.
오는 13일 실적 발표를 앞둔 이마트의 SSM 이마트에브리데이도 2분기 주요 상품군의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SM은 그동안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비싸고 편의점보다 접근성이 낮다는 인식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으나,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대량 주문하고, 신선식품 등 식자재는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소량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늘면서 선호도가 높아졌다.
주요 SSM들이 퀵커머스(즉시배송)를 강화한 것도 접근성을 높이는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GS더프레시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인 우리동네GS 외에 요기요, 네이버쇼핑, 배달의민족(배민) 등과 연계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1~7월) 퀵커머스 매출은 출범 초인 2021년과 비교해 12배가량 증가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자체 퀵커머스 외에 배민에 입점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도 SSM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슈퍼마켓(77→85)의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높은 물가로 내식용 식품 매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소량 구매와 근거리 소비가 확산하는 데다 당일 즉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기대감을 키웠다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관련 업체들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SS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출점 전략에 한창이다. 업계 1위인 GS더프레시는 올해 62개의 가맹점을 신규 개설해 지난달 점포 수 500개를 돌파했다. 500호점 개업식에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방문할 만큼 그룹의 관심이 컸다.
GS더프레시는 앞서 편의점 GS25의 가맹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사업구조를 기존 직영점에서 가맹점 중심으로 전환했다. 구도심 상권에선 기존 개인 슈퍼마켓을 전환하고, 신도시에는 신규 매장을 여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올 연말 534점, 내년 600점을 돌파하고, 2027년까지 점포 1000개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점포 수는 250~350개 수준이고,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가진 업체들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GS리테일 슈퍼 부문의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슈퍼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와의 상품 통합 소싱(조달)을 통해 내실을 높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슈퍼의 경우 지난해 ‘롯데프레시’, ‘롯데프레시앤델리’ 등으로 사용됐던 간판을 ‘LOTTE SUPER’로 통일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새로 등록해 가맹사업을 위한 바탕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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