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낮거래 취소 보상 가능?…'롤백' 지연 원인이 관건

백지현 2024. 8. 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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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랐던 키움·토스, 5월 오류 후 대응책 이미 마련
KB·삼성·NH는 정규장 시작후에도 정상화 안돼
금감원, 소비자 고지·롤백 지연 사유 중점 점검

미국 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 일괄 취소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당국이 소비자 고지 적정 여부와 증권회사별 정상거래 지연 배경을 살펴보는 중이다.

주간거래 시스템 문제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던 만큼 미리 대응책을 마련한 증권사는 빠르게 주문 건을 취소하고 계좌를 복구한 반면 정규마켓까지 거래를 정상화하지 못한 증권사도 있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적정한 약관이나 안내사항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롤백(계좌를 주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 지연 사유가 관건이다. 감독당국이 거래 지연의 핵심 배경을 '대응 시스템 미흡으로 볼 것인지' 혹은 '단순 지연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책임 부과와 보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왜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었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주문 취소 사태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오후 4시께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주간거래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증권사들이 주간거래 서비스를 위해 계약을 맺은 현지 ATS 블루오션으로부터 한국시간 오후 2시8분부터 4시6분까지 들어온 주문은 무효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블루오션이 거래를 틀어막은 건 기준가와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탓이다. 당시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폭락하자 매도 주문이 쏟아졌고 주간거래도 영향을 받았다. 블루오션 홈페이지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의 장외거래(OTC)을 총괄하는 시스템인 NMS에서 표시되는 기준가보다 20% 밴드 밖으로 호가가 나올 경우 주문을 받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해당 시간에 접수된 주문을 무효 처리하고 계좌를 주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이른바 '롤백' 작업에 나섰다. 이 작업이 중요한 건 주간거래 취소 사태 이후라도 투자자들이 정규시장에서 급락 사태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사별로 혹은 같은 증권사에서도 계좌별로 정상화 시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은 프리마켓 개장 전,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정규마켓 개장 전 복구에 성공했다. 그러나 KB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세 곳은 정규마켓이 개장했음에도 롤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롤백이 마무리되지 않는 상태란 건 주간거래에서의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규시장에서 주식 매도시 공매도, 주식 매수시 미수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적기에 투자자가 급락장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증권사별로 롤백 시점에 차이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비책을 세웠뒀는지다. 가장 빠르게 대응에 나선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은 올해 5월 현지 ATS의 전산 문제로 거래 장애가 발생하자 계좌를 초기화할 수 있는 일괄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건만큼은 이슈가 된 건 아니지만 5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며 "언제든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미리 리소스를 투입해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뒀다"고 설명했다. 

반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은 그날 밤 자정이 다돼서 순차적으로 거래를 재개시켰다. NH투자증권은 새벽 2시께 모든 계좌를 일괄 복구했다. 

금감원, 롤백 지연 배경 살펴본다

이번 사태의 경위를 파악 중인 금감원은 정상화 시점과 롤백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태가 발생한지 사흘만인 지난 8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백브리핑에서 "원인 관계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중개사 등의 책임이 있다면 자율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현지 거래소의 시스템에 대해 미리 안내했는지'와 '왜 증권사들마다 거래 정상화까지 시차가 발생했는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시스템과 블루오션의 계약관계에 대해 소비자 유치 시 제대로 설명이 됐는지, 정규시장이 열렸을 때 일부 회사는 거래를 바로 하지 못하고 지연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약관이나 유의사항 등을 통해 현지 ATS 사정으로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있다. 일례로 키움증권은 작년 2월 주간거래 유의사항으로 "미국 주식 제휴증권사, 전용선라인, 대체거래소 자체 문제 등으로 인해 장애 상황이 비교적 높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렸다. 

삼성증권도 해외주식 거래 유의사항으로 "장외거래 종목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거래 시 수량의 제한을 받을 수 있으며, 미국 현지 증권사들은 주문 실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주문 호가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명시해놨다. 증권사에 따라 제한 내용이 다를 수 있으며, 사전 통보 없이 변경될 수 있으니, 주문 후 반드시 정상 접수됐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결국 당국의 초점은 롤백 지연 사유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당시 롤백 지연 과정을 어떻게 소명할지에 달려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회사별로 프로세스 때문인지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며 "프로세스가 달라 발생한 단순지연이라면 책임을 부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화 시점이 늦었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 책임이 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건의 발단자체가 외부에 있는 만큼, 배상이나 보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실현 이익을 피해액으로 책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먼저 보상을 하더라도 현지 거래소에 구상권 청구하는 방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적 검토를 하긴 하겠지만 계약관계상 현지 거래소에서 받아들일 여지는 거의 없다"라며 "사실상 우리나라로 친다면 한국거래소에 소송을 거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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