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 사망해야 의대증원 여론 반전" 의사 발언 적절성 논란
"충격적 사건 일어나야 변화 생길 거란 절박한 심정"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사 단체 한 간부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의대증원 대국민 여론전과 관련해 "유명 인사나 연예인 등이 이번 사태 때문에 사망하는 등의 충격적인 일이 생기면 여론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온라인상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봉직의사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의 정재현 부회장은 지난 7일 유튜브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와 '"전공의 뽑힐 때까지 모집한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매달 모집할 수도…'라는 주제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이같이 밝혔다.
유튜버 '크로커다일'은 병의협 홍보이사로서 지난해 1월부터 정재현 부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과 의료 현안에 대해 1시간가량 대화하는 '의노24시'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왔다. 다만 지난 7일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해당 방송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극소수여서 정부가 전공의 상시 모집을 진행할 거란 예상, 의학교육평가원 이사회에 환자·소비자 등 각계가 참여할 수 있다는 보도에 해설 등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회자는 고강도 업무에 저임금으로 버텨내던 전공의의 고통을 병원이 부담하는 등 6개월째 계속되는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정치인을 믿을 수는 없고 의사들은 여론을 기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 부회장은 "이 사태가 더 안 좋게 흘러 여론이 뒤집혀야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아주 중요한 이벤트가 생겨야 하는데 (이를테면) 대학병원 파산이나 이 사태로 인한 유명 인사나 연예인의 사망사건"이라고 거론했다.
이어 "이런 충격적인 뭔가가 나오면 여론이 반전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지금 서서히 말라가는 시스템이라 반전이 힘들지 않겠나 싶다"고 털어놨다. 사회자가 "무력감이 든다"고 하자 그는 "10년 넘게 했는데 안 바뀌더라"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대증원 여론 반전을 위해 연예인이 사망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협 관계자'라는 글이 게재됐다. 사망사건 등 극단적 사례가 이번 사태의 여론을 돌릴 수 있을 거란 측면이 다소 부각된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은 "가정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 아닌가", "본인 직업 의사 아니냐", "연예인 일부러 치료 안 해줄 기세"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글들을 확인한 정 부회장은 "마치 연예인의 사망이 필요하고, 바라는 사람처럼 묘사돼 있다"며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충격적인 일 중에 실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일을 가정해서 말한 것이다. 이를 연예인 사망이나 대한민국 의료의 최종 파국을 바라는 발언으로 이해한다면 더 드릴 말씀 없다"며 "의사로서 파국을 원할 리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등 의사들 상황이 녹록지 않고, 서서히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의료 파국을 맞기 전에 위기를 빨리 체감하고 비로소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거라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실을 봤을 때 여론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위기임에도 그 여론이 바뀌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도와 전혀 다르게 악의적으로 파국을 원하는 악마처럼 묘사한 글들에 할 말을 잃었다"고 거론했다.
끝으로 그는 "원본 영상을 보고도 많은 분들이 제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실제로 의료계를 대표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오해를 받을 그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년째 의정갈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의사들은 그의 말과 글에 "여론 반전이 절실하다. 그의 발언이 왜곡돼 악마로 묘사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감하거나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되돌아볼 때다. 방송상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쓴소리도 이어갔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해명 그대로 이해했다. 파국 전에 여론 반전이 절실하다는 점을 설명한 과정이 그가 그 상황을 원한 것처럼 기사화되는 건 현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의사 악마화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고위 인사도 "권력이 사태를 이렇게 몰아가고 있고, 국민은 휩쓸렸다. 이 과정을 깨려면 그 이상 몇 배의 큰 충격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서 의료계가 의정갈등을 이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이해하나 존경받는 의사의 모습을 고민하자는 제언도 있었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외과 전문의)은 "이해한다. 그러나 방송으론 부적절한 거 같다. 결국 근본적 이유를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의사로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모습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맞다. 충격적인 일 발생에 따른 여론 변화가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주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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