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성향 이란 대통령, 10여년 만에 여성 장관 지명

김서영 기자 2024. 8. 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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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상점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10여년 만에 첫 여성 장관을 지명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파르자네 사데그 도로주택부 국장(47)을 신임 도로주택부 장관으로 지명해 의회에 통보했다. 의회가 2주 동안의 검토 후 이를 승인하면 사데그 국장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두 번째 여성 장관이 된다.

이란에서 여성이 장관으로 지명된 건 12년 만이다. 이슬람혁명 후 이란의 첫 여성 장관은 마르지 바히드 다스트제르디 전 보건부 장관(2009~2012년 재임)이었다. 다스트제르디 전 장관은 2009년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의회 인준을 거쳐 보건부 장관에 임명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온건·개혁파로 꼽힌다. 앞서 그는 여성인 자흐라 베흐루즈 아자르를 여성 및 가족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여성 및 가족 담당 부통령은 그간 여성이 맡아왔으며, 부통령직은 의회의 승인 없이 임명할 수 있다.

또한 히잡 등 여성의 이슬람 복식 단속 주무 부처인 내무부 장관에 고위 경찰 출신으로 온건 성향인 에스칸다르 모메니를 지명했다. 2022년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을 당시, 의원이었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히잡을 이유로 젊은 여성을 체포하고 그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는 일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대통령 보궐 선거에서도 여성 복식 관련 법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한 과거 이란의 핵합의를 이끌었던 아바스 아라그치 전 외교차관을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핵합의 복귀 역시 그의 공약이었다.

다만 이러한 성향을 반영한 조각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지는 불분명하다. 의회는 아직 강경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이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할 당시, 다수의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AP는 전했다.

한편으론 조각안에 여성의 수가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도와 조각을 준비해온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전략 담당 부통령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더 많은 여성과 젊은이, 소수민족 그룹 출신을 내각에 배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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