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느릿한 지원···美 IRA 사업 잇단 지연·중단 사태
인건비·금융비용 등 부담 늘고
중국발 과잉생산 쇼크 더해져
수요둔화로 위축된 경기상황서
美대선발 정책 리스크까지 커져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적용을 받는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의 40%가 연기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FT는 1억 달러가 넘는 프로젝트 가운데 총 840억 달러(115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최소 수 개월에서 수 년 간 사업 지연 및 무기한 중단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 연기 혹은 중단을 야기한 요인으로는 고금리와 인건비 등 비용 증가, (경쟁관계인) 중국발 과잉생산, 수요 둔화 등 시장 상황 변동,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꼽혔다.
FT는 지연과 중단 사태가 초래된 대표적 사업으로 한국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배터리 저장시설 투자(23억 달러), 미국의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리튬 생산공장 투자(13억달러), 이탈리아 에넬의 오클라호마 태양광 패널공장 투자(10억 달러) 등을 꼽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는 지난 6월 배터리 수요 침체 등 경기 상황을 고려해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ESS 전용 공장에서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PF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건설 중단으로 완공 시점도 미뤄질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기업인 에넬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오클라호마주에 태양광 전지 및 모듈 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당초 2023년 착공에 들어가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앨버말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리륨 생산공장 투자를 중단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하락 등 심각한 시장 변동 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유다. 앨버말은 지난달 말 서호주의 리튬 공장 인력 40% 감축을 결정하는 등 글로벌 생산망에서 전면적인 사업 조정에 착수했다.
켄트 마스터스 앨버말 최고경영자는 최근 FT와 인터뷰에서 서방의 리튬 공급망 시장이 붕괴되면 중국이 관련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IRA 발효에도 불구하고 서방이 리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리튬 가격 급락으로 인해 서방의 리튬 공급망이 저가 정책으로 맞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완성차 업체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서방의 리튬 공급망을 사용, IRA를 통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주장했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리튬은 2025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현 IRA 접근이 광물 공급망의 탈중국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앨버말의 주장이다.
미국 칩스법의 혜택을 받는 400억 달러 규모의 TSMC 대미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TSMC는 현지 숙련된 노동자 부족 등을 이유로 4나노미터 칩 대량생산을 위한 애리조나 공장 라인 가동을 2025년으로 늦췄다.
FT는 이 같은 지연 사례가 경기 변동 상황과 별개로 정책 자체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칩스법에서는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느릿한 자금 지원이, IRA 프로젝트는 관련 규정에 대한 명확성의 부족으로 인해 지연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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