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한국 주재’ 산케이 극우 논객 “‘일제강점기’는 북한 용어” 주장

조문희 기자 2024. 8.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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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 1945년 이후 쓴 역사 용어
2003년 무렵부터 사용하기 시작
‘강제동원’ ‘강제징용’ 등으로 확산”
박정희·전두환 정부 때도 다수 표현
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극우 논객’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 주재 객원 논설위원이 12일 “한국 언론과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일제강점기’는 북한 용어”라면서 지인을 인용해 “일본 비판이라면 북한과도 동조하는 것이 한국 지식인의 현주소”라고 했다.

구로다 위원은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20세기 전반 한국이 일본의 통치를 받았던 시기(1910~1945년)를 ‘일제강점기’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단순히 ‘일제 시대’라고 하던 것이 어느새 ‘강점’이 더해져 교과서나 언론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점’은 강제로 점령당했다는 뜻이다.

구로다 위원은 “‘강점기’가 추가된 것은 좌파-혁신 계열의 노무현 정권 아래 한국 근현대사 역사교과서가 별도로 발행되기 시작한 2003년 무렵부터”라며 “강점론에 발맞춰 일제강점기 사건은 ‘강제동원’, ‘강제징용’ 등 무엇이든 강제라는 단어를 붙여서 얘기하게 됐다. 위안부 문제 포함 ‘강제성’은 이렇게 일본을 비난하는 반일 역사 용어로 한국 사회에 퍼져 나갔다”고 했다.

구로다 위원은 “그런데 이번에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용어의 유래를 찾아보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 용어는 사실 북한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북한 역사 용어로 1945년 이후 한국은 ‘미제강점기’, 그 이전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북한 유래를 지적하고 비판한 보수파 학자들의 연구서도 존재한다”며 정경희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저서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구로다 위원은 “지인인 역사학자에게 ‘한국 역사학계에 자존심은 없느냐’고 비꼬았더니 ‘일본 비판이라면 북한과도 동조하는 것이 한국 지식인의 현주소’라며 웃더라”고 했다.

구로다 위원의 주장은 반증이 될 만한 사실관계를 외면한 결과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는 박정희 정권 시기 언론 보도에도 여럿 남아 있다. 전두환 정부 때 국사교과서에도 ‘일제의 강점 하’ 등 유사한 의미의 표현이 다수 담겼다.

구로다 위원은 약 40년 한국에 주재해 ‘일본 최장수 한국 특파원’으로 불린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논란일 때 한국 경제성장이 일본 정부가 제공한 3억 달러 차관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가난 때문에 자발적으로 위안부를 택했다”고 발언하는 등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비빔밥을 두고 “양두구육”(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라고 표현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저서로는 <구로다 기자가 한국을 먹는다>, <누가 역사를 왜곡하는가> 등이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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