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재주만 있는 것 아냐…말, 계획 세우고 전략적으로 행동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말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온 가축인 말이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학계에 알려진 것보다 말이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루이스 에반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말들이 최소한의 노력을 하면서 최대한의 보상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최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동물행동과학'에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말 20마리에게 특정한 행동을 취했을 때 보상으로 간식을 제공하는 게임 실험을 실시했다. 첫 단계 실험에선 말이 코를 사용해 카드를 건드렸을 때 간식을 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특정한 신호등이 꺼진 동안 카드를 건드렸을 때에 한해 간식이 지급됐다. 말들은 오답인 신호등이 켜졌을 때 카드를 건드리는 행동을 해도 별다른 벌칙을 받지 않았다. 신호등 불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카드를 건드리면 언젠가는 간식이 지급된다는 것을 알게 된 말들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계속 두드렸다. 

이윽고 이어진 세 번째 실험에서는 신호등이 켜졌을 때 카드를 만진 말들에게 벌칙을 도입했다. 신호등이 꺼지지 않았음에도 카드를 건드렸을 때는 일정한 시간 동안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 간식을 얻을 수 없도록 했다.

이같은 벌칙을 도입하자 실험에 사용된 말들은 신호등이 꺼졌을 때만 카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벌칙이 없는 두 번째 실험에선 규칙을 지키지 않았지만 벌칙이 도입된 세 번째 실험에서는 게임의 정확한 규칙을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은 말의 목표 지향적인 행동 원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에반스 연구원은 "말들은 게임 실험 내내 규칙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때는 마음대로 행동했고, 뚜렷한 보상이 주어졌을 때는 집중하고 행동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말이 그간 알려졌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항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말들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참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