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미국인·서학개미 기술주 쇼핑 엇갈려…월가 “부자들은 일희일비 안 해”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4. 8. 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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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7일 급락한 美주식시장
한국·미국인 기술주 선호 엇갈려
오는 9월 연준 금리 인하 예상 속
미국인은 금융·기술주 내다 팔고
부동산·유틸리티 관련주 순매수
서학개미, 기술주 레버리지 매집
월가 “자산가는 사모펀드 관심”
미국 증시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한 이달 초, 미국 투자자들과 ‘서학개미’ 들의 기술주 투자 방향이 엇갈렸다.

한국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빅테크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다퉈 사들인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내다 팔고 부동산·유틸리티 관련주 매수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미국 초고액 자산가들은 주식 시장 전반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매매에 나서지 않은 대신 증시 같은 공개 시장보다는 사모펀드 등 대체 자산에 대한 사적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는 월가 분석이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LSEG 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이달 7일(이하 현지시간)로 끝난 주간에 약 474억8000만달러(약 65조476억원)를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해둔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올해 상반기 증시 조정장이 연출되기 직전인 지난 4월 3일 주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한편 미국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주식을 73억9000만달러어치 순매도해 직전 3주간의 순매수세와 대비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이달 1~7일 동안 각각 5%, 8% 급락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MMF 자금은 대표적인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자산운용사가 고객 돈을 모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금융상품인 만큼 입출금 시차가 짧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미국 투자자들은 소형주를 24억2000만달러어치 순매도해 앞서 3주간 순매수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밖에 중형주는 4억달러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대형주는 16억8000만달러 어치 순매수에 나섰다.

다만 업종별로 보면 미국 투자자들은 금융과 기술·커뮤니케이션 업종 주식을 집중 매도한 반면 부동산·유틸리티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근 한달 주가 흐름
금융 업종은 약 13억6000만달러 규모 순매도, 기술·커뮤니케이션 업종은 11억7800만달러 규모 순매도에 나섰다.

금융 부문의 경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오는 9월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소매 사업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순이자수익(NII)이 줄어 수익성 압박이 생길 수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월가 대형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지난 달 중후반부에만 약 23억달러어치 내다 팔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술·커뮤니케이션 부문은 기업들 인공지능(AI) 투자 규모와 시장 기대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돌면서 이달 초 증시 하락세를 주도한 업종이다.

리얼티인컴 최근 한 달 주가 흐름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해당 주간 부동산 업종과 유틸리티 업종을 각각 약 8억달러, 6억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부동산 업종은 연준 금리 인하 수혜 부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부동산투자신탁사(리츠) 인 리얼티인컴과 아메리칸타워는 이달 1~7일 동안 순서대로 각각 5%, 3% 올라 대표 주가지수 하락세 대비 상승세가 부각됐다.

유틸리티의 경우 상대적으로 배당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혹은 증시 약세장에서 투자 선호가 두드러지는 업종이다.

채권 시장 역시 매수세가 수그러든 분위기였다. 미국 투자자들은 해당 주간 채권을 4억5200만달러어치 순매수 했는데 이는 최근 대비 적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채권을 내다 팔았지만 중·단기 우량등급 회사채와 미국 지방채는 각각 13억1000만달러, 6억74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금융자산이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액 자산가들은 이번 변동장세에서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월가 분석도 나왔다.

미국 패밀리오피스인 BBR파트너스의 션 애프가 자문역은 “이달 초 주식시장과 관련해 우리 고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했지만 대응을 하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고액 자산가들은 투자 기간이 장기인 경우가 많고 단기 이벤트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이달 10일 NBC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고액 자산가나 이들을 위한 투자사인 패밀리 오피스들이 주식보다는 사모펀드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의 패밀리오피스 최근 분석을 보면 이들 포트폴리오의 약 35%가 사모 펀드로 가장 큰 비중을 차기하고 있고 주식은 28% 정도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패밀리오피스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4%에서 2023년 25%로 급감한 반면 사모펀드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30%로 늘었다.

이밖에 JP모건프라이빗뱅크의 윌리엄 싱클레어 패밀리오피스 책임자는 NBC 인터뷰를 통해 “이달 초 주식시장 하락은 부유층 투자자들로 하여금 세금 혜택과 증여 기회였다”면서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도해서 세금을 줄일 수 있고, 더 많은 수량을 주식을 세금 공제 혜택을 활용해 가족에게 증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투자자들은 이달 초 미국 주식시장 하락을 틈타 기술주 저점 매수에 나섰다.

SOXL 최근 한 달 흐름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이달 2~9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3배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3X 셰어스’(SOXL)을 5억799만달러(약 6969억원)어치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2~5위는 나스닥100지수 3배 레버리지 ETF 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QQQ’(TQQQ)와 미국 종합반도체기업 인텔(INTC), AI용 반도체 간판기업 엔비디아 2배 레저리지 ETF 인 ‘그래닛셰어스 2X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 나스닥100지수를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1ETF’(QQQ) 순이다.

국내 데이터는 미국 현지 시차와 결제 시차를 감안해 이틀 정도 간격을 두고 집계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55조1217억원으로 앞서 5일(59조4876억원)에 비해 다소 줄었다.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5일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4월 1일과 1월 2일에 이어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을 말한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와 MMF, 그리고 시중은행 요구불 예금 잔고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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