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에 화재…러시아·우크라 서로 '네 탓"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11일 화재가 발생해 원전의 냉각탑 중 하나가 일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자칫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편을 탓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양측의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원전의 냉각탑 두 개 중 하나에 붙었던 불은 2시간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냉각탑 내부 구조는 상당히 손상됐지만, 다행히 원전 안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방사능 누출 등의 조짐은 없다”고 밝혔고, IAEA도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 측 현지 행정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발전소의 배후 도시인 에네르호다르를 공격하는 과정에 무인기가 냉각탑을 직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도 “우크라이나 측이 ‘핵테러’를 저질렀다”고 성명을 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냉각탑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대규모 핵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쿠르스크) 공격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인근 쿠르스크 원전도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을 받는 중이다. 이를 모면하려고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본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유럽 최대 규모다. 이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 지금까지 계속 불안한 상태다. 그해 9월부터 전기 생산을 중단하고 ‘냉온정지’ 상태에 있지만,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원자로 중 하나가 과열돼 최악의 경우엔 폭발할 수도 있다. 지난 2년여간 양측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자포리자 원전은 냉각 펌프의 외부 전력선이 파괴되거나, 인근 댐이 무너져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 위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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