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자원을 확보하라…한·중·일 '탐사 전쟁' 본격화
중국 4만9000번, 일본 813번 시추
한국은 지금까지 71회 시추에 불과
일본 자주개발률 10년 만에 두배로
석유공사, 영일만 일대 탐사 돌입
"한반도 주변 자원확보 전쟁 치열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지원 절실"
동아시아 바다에서의 석유·가스 탐사를 둘러싼 한국, 중국, 일본 3국 간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자원 탐사에 소극적이던 한국도 지난 6월 동해 영일만 일대 해역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묻혀있을 수 있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오자 탐사전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석유·가스 탐사에만 연간 수십조원을 투자하며 세계 주요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적극적으로 국내외 광구 개발에 나서며 10년 전 20%대였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40%까지 끌어올렸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4%이자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도 석유 등 자원 확보에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추만 4만9000번 중국
외신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은 국가 주도로 자국 내에서 활발히 석유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중국의 시추 횟수는 4만9000여번, 일본은 813번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71번에 불과해 중국의 0.1%, 일본의 8% 수준이다.
중국은 필수 에너지 자원 자립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판단, 공격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석유 자산 또는 석유개발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한편 국내 자원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내 자원 생산능력 강화 원칙을 대외에 천명했다. 이후 지난해에만 국내 석유·가스 탐사에 3900억 위안(약 74조 2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10%가량 늘어났다. CNPC, 시노펙, CNOOC 등 중국 국영석유회사 세 곳은 석유·가스사업에 대한 자본투자를 매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가스 개발을 위해 국가기관도 신설했다. 국영 석유사와 다른 국영기업이 모여 석유·가스전 탐사와 개발, 등을 함께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관은 이미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타림분지에서 석유·가스를 시추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지금까지 총 4만9000공의 시추를 했고 이를 통해 1613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하루 석유·가스 생산량만 893만배럴에 달한다.
중국의 심해 유전 발견 성과는 이런 탐사시추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중국은 지난 40여년간 여러 차례 탐사에 실패했지만, 지난해에만 12공을 시추하는 등 심해 탐사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꾸준하고 적극적인 심해 탐사 추진만이 석유개발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0년 만에 자주 개발률 두 배 높여
일본 정부도 필수 에너지 자원 독립을 위해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독립행정법인 JOGMEC(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를 설립해 정부 예산으로 민간기업의 석유탐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국내 석유 가스 지질조사 및 메탄 하이드레이트 연구개발 사업 예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은 273억엔(25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질구조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한다. 민간 자체 조사나 단독 진출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사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은 3차원 물리탐사선 ‘시겐호(자원호)’는 지난 10여년간 6.2만㎢의 일본 해역을 탐사해 90여곳의 석유·가스 유망구조를 발견했다.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 앞바다에서 두 차례 시추에 나서 천연가스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본은 지난해 국내 개발사업으로만 하루 7000배럴의 석유·가스를 생산했다. 일본 국내 석유·가스 매장량은 1억 5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일본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12년 22.1%에서 2021년 40.1%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으로 자국 기업의 국내·외 자원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의 이런 행보는 에너지 빈국인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지난해 국내 유전개발 사업 예산은 301억원으로 중·일 양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한국도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2022년 국내 대륙붕 개발 중장기 마스터 플랜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립하며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륙붕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석유탐사를 통해 제2의 동해가스전을 발견하겠다는 계획이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를 탐사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석유공사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을 위한 대규모 지중 저장소 확보도 구상하고 있다.
연말부터 본격화될 동해 석유 탐사를 앞두고 단기적인 탐사 결과에 얽매여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거나 에너지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에서의 자원확보 전쟁에서 국내 석유개발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제도적 기반과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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