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 기계화·가루쌀 확산…농촌진흥청의 '종횡무진 프로젝트8'
기후변화 등 농업에 닥친 위기 해결
탄소감축·디지털 방제·자급률 향상
다양한 전문분야간 융복합 협업 추진
기후변화, 고령화, 에너지 부족 등 21세기 한국 농업에는 수많은 난제가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과학기술 개발로 한국농업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농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①연구개발-기술보급-정보화 등 청의 모든 자원을 연결하고, ②농업-환경-생명-공학-식품 등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③관계부처, 지자체,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조기에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일명 종횡무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종횡무진 프로젝트는 핵심 장애 요인을 분석·도출하고 다양한 분야와 관계기관 그리고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진청은 △밭작물 기계화 촉진 △농작물 병해충 예찰·방제 △준고랭지 여름배추 안정생산 △탄소감축 기술 실용화 △가루쌀 산업 활성화 △디지털 쌀 작황예측 △사료작물 자급률 제고 △치유농업 확산 등 8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연구단을 구성해 융복합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밭농업기계화, 가루쌀 산업화 등 주요 과제에서 협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프로젝트 1 : 밭농업 기계화 촉진
밭농업 기계화가 더디어진 이유는 ‘기계화가 오히려 정밀도를 떨어뜨린다’는 농민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이에 밭농업기계화 연구단은 농업인의 기계화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마늘, 양파 재배현장에서 밭작물 기계의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연시회를 전국적으로 20회 개최하였다. 지역 맞춤형으로 제시된 기계화 추진 전략은 현장 연시회에 뜨거운 반향을 낳았다.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그리고 농기계 회사 등 여러 기관이 조직의 장벽을 뛰어넘은 협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2026년 밭농업 기계화율 정책목표 77.5% 달성이 기대된다.
프로젝트 2 : 농작물 병해충 예찰·방제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는 과일 가격의 급등을 가져와 ‘금사과’란 용어까지 나오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지자체, 대학이 손잡고 새로운 병해충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농진청은 병해충 전문가를 모아 중앙예찰단을 발족했다. 중앙예찰단은 13개 작목 72개 시군을 대상으로 예찰을 진행 중이다. 병해충 발생지역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방제시기를 결정 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런 결과로 올 6월 ‘AI영상 진단 처방 앱’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또 무인 예찰 표준 트랩을 개발하는 등 병해충 예찰·방제 체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가속화 하고 있다.
프로젝트 3 : 준고랭지 여름배추 안정 생산
농촌진흥청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랭지(해발 600m 이상) 여름배추 수급 불균형과 가격 폭등을 해소하기 위해 준고랭지(해발 400~600m)에서 여름배추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여름배추 연구단은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성 필름 피복, 미세살수관개 등 안전장치와 함께 배추 반쪽시들음병 피해 저감을 위한 길항미생물 제품을 상용화를 통해 여름배추 안정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아울러 준고랭지 여름배추 적지 1,000ha를 선정하고, 준고랭지 지역별 맞춤 기술(기계화, 재배법, 저장, 유통, 가공)을 결합한 미래형 여름배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4 : 탄소감축 기술 실용화
농진청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농업기술 개발보급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농축산 관계기관과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논물 관리, 비료 감축, 바이오차 개발, 농경지 분뇨투입 저감 등이 그것이다. 특히 바이오차와 깊이 거름주기 기술은 탄소 감축에 기여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열분해(탄화)하여 제조한 것을 말한다. 바이오차의 산업화를 위해 비료 공정규격 고시를 개정 (2024년 4월)하기도 했다. 암모니아 배출감소와 질소비료 절감효과가 있는 ‘깊이 거름주기 기술’도 효과를 검증한 후 저탄소 농업기술로 인증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5 : 가루쌀 확산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면서 쌀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쌀에 주목했다. 즉각 농진청은 가루쌀 프로젝트 연구단을 구성했다. 가루쌀 연구단은 가루쌀의 품종부터 재배, 저장,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 시군센터, 민간전문가 등 82명을 한팀으로 구성하여 38개 생산단지별로 현장기술지원단을 조직했다. 농식품부의 지원을 받는 국내 대표 식품 기업 17개 업체에 가루쌀 품종의 가공특성에 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여 제품화를 도왔다. 올해는 재배안전성이 더 우수한 가루쌀 새 품종을 개발하고 몰리브덴 엽면시비로 수발아 경감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프로젝트 6 : 디지털 쌀 작황 예측
농산물의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 쌀 수급 정책전환 방안에 따라 쌀 작황 예측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쌀 수급 관리 예·관측 시스템 개선 TF」구성·운영 중에 있다. 농진청은 과학적이고 적시성 높은 쌀 작황정보를 적기에 제공하고자 디지털 쌀 작황예측 연구단을 조직했다. 수량예측 수단을 작물모형, 실측에서 작물모형, 실측, 위성 등으로 다양화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전국단위 예측에서 지역단위로 수량예측 최소 단위를 기존 54개 기상관측지점에서 136개 시·군 단위로 확대할 예정이다. 당해년도 쌀 작황 예측을 9월 하순에서 9월 초순으로 앞당기기 위해서 식량원, 농과원, 대학, 농식품부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프로젝트 7 : 사료작물 자급률 향상 방안
최근 사료비 급등으로 축산 농가 경영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사료작물 자급률 향상은 축산농가의 절실한 현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조사료 자급률은 82.7%로 높았지만 품질이 문제였다. 축산 농가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볏짚을 조사료로 사용하다 보니 프리미엄 조사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사료작물 연구단은 알팔파,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옥수수, 트리티케일 등 고급 조사료 국산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특히 목초의 여왕으로 알려진 ‘알팔파’ 품종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안정적으로 고품질 국산 조사료 건초를 생산할 수 있는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프로젝트 8 : 치유농업 확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 햇빛을 받으며 식물·동물을 키우는 치유농업이 도시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치유농업 연구단은 치유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복지 사업과 연계하여 치유농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원예작물자원, 동물 교감, 정서곤충, 치유 음식 등으로 원천 컨텐츠를 만들고 이를 표준양식으로 만들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를 연계하여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도시농장을 연계한 기관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농촌진흥청은 농업의 현장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 내부 부서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까지 전방위적인 융복합 협업을 지속추진해 농식품산업의 기술혁신을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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