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도 독립도 ‘이승만이 다했다’는 왜곡 다큐…광복절 KBS 방영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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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오는 15일 광복절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한 것을 두고 방송국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금요일 방송하는 '독립영화관'을 전날인 광복절에 추가 편성해 이 영화를 내보내려 하자 논란이 인 것이다.
한국방송 쪽은 이날 '기적의 시작' 편성 이유에 대해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 편성을 결정했고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측면에서 해당 영화를 선정, 방송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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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오는 15일 광복절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한 것을 두고 방송국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미화 시도에 한국방송이 동원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적의 시작’은 대한민국의 건국, 독립운동 등은 모두 이 전 대통령 혼자 이룬 업적이고, 그를 친일파·독재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뼈대다. 3·15 부정선거는 그와 관련 없이 수하들이 저지른 일이고, 4·19 혁명에 따른 하야는 국민을 위한 위대한 결단이라고 주장한다. 대구 10·1 항쟁을 ‘대구폭동’으로 지칭하는 등 역사 왜곡도 심해 지난 2월 개봉 뒤 누적 관객 2만여명에 그칠 정도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 1월 영화진흥위원회가 객관성 결여와 설득력 있는 논증 제시 부족 등을 이유로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금요일 방송하는 ‘독립영화관’을 전날인 광복절에 추가 편성해 이 영화를 내보내려 하자 논란이 인 것이다.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편성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무진이 방송권 구매를 거부하자 담당 국장이 직접 기안하고 전결하는 기이한 행태로 진행했다고 한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쪽에서 작품의 방송권을 구매할 때부터 인간 이승만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인터뷰이들이 극우 인사로 편중된 점, 제주 4∙3 사건 등에 대한 일방적 시각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편성 사태는 최근 정부가 극우 역사관을 가진 인물들을 독립기념관 등 역사 관련 기관장에 앉힌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이나 완성도 면에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수준의 영화를 구매 지시하고 방송을 강행하도록 결정한 이가 누구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영방송을 역사 전쟁의 도구, 이념 전쟁터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한국방송 쪽은 이날 ‘기적의 시작’ 편성 이유에 대해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 편성을 결정했고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측면에서 해당 영화를 선정, 방송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자유언론실천재단·동아투위·조선투위·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새언론포럼·언론비상시국회의 6개 단체도 9일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인 케이비에스가 역사를 왜곡하고 이승만의 친일·독재 행적을 미화하는 영화를 방영하는 것에 치솟는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실천시민연합도 같은 날 “‘기적의 시작’은 어떤 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왜곡된 주장을 펼친다”며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태라는 점에서 묵과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시청자 청원도 쏟아지는 중이다. 9일 올라온 ‘광복절 기념 이승만 다큐멘터리 편성 취소’ 청원 글에는 12일 낮 현재 2517명이 참여했다. 반면 10일 ‘방영 적극 환영 및 편집 없는 방영 요청’ 청원 글에도 2755명이 참여하는 등 보수 세력에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을 조명한 영화 ‘건국전쟁’이 117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역사 왜곡 논란을 낳는 영화 제작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수 김흥국이 제작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이 광복절 개봉을 앞뒀고, 2021년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박정희: 경제 대국을 꿈꾼 남자’도 최근 개봉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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