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소방·경찰, 폭염 속 태양광 '돋보기 효과' 화재 주의보

창가 물 담긴 페트병·어항 놓지 말고, 비닐하우스 물 고임 막아야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경남소방본부와 경남경찰청이 여름철 폭염 속에 태양광을 집중시키는 '돋보기 효과'로 인한 화재를 주의해달라고 12일 당부했다.

돋보기 효과는 빛을 통과시키는 물체가 볼록·오목 렌즈처럼 햇빛을 굴절시키고, 모으면서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유리 건물과 스테인리스 구조물, 페트병, 어항, 부탄가스통, 반사경 등이 돋보기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창원 제외)에서 이 돋보기 효과로 인한 화재는 2014∼2023년 28건 발생해 약 4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계절별로는 햇볕이 뜨거운 여름(6∼8월)에 16건(57.1％)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나머지 봄, 가을, 겨울은 각 4건(14.3％)씩 발생했다.

화재 발생 유형별로는 건축·구조물에서 14건(50％), 기타(야외) 11건(39.3％), 임야 2건(7.1％), 자동차·철도차량 1건(3.6％) 순이다.

지난해 경남소방본부는 돋보기 효과가 나타나는 물질에 신문지로 초점을 모아 발화 여부를 확인하는 재현실험을 했다.

그 결과 돋보기 효과로 발화까지 어항이 1분 23초, 부탄가스통 1분 42초, 페트병 3분 30초, 유리병 4분 5초, 스테인리스 그릇 7분 30초 등 시간이 소요됐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 학습모임인 '법안전 과학수사 연구회'도 비닐하우스 천장에 고여 있는 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햇볕이 강한 낮 시간대에 비닐하우스 천장에 고인 물이 볼록렌즈 역할을 하면서 돋보기 효과를 일으켜 내부 박스 등 가연물에 불이 붙는 '수렴화재'가 발생했다.

실제 2022년 7월 산청군 한 딸기 비닐하우스에서는 돋보기 효과로 인한 수렴화재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창가 또는 발코니에 물이 담긴 페트병이나 스테인리스 양푼, 거울, 장식물 등 반사되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비닐하우스 상부에 물 고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곡면 형태 반사 재질 조형물과 건축물 근처에는 주차를 금지하고, 산과 들판에 물병이나 캠핑용품을 함부로 버려두거나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병 경남소방본부장은 "일상생활에서 돋보기 효과를 일으키는 매개 물품과 화재 예방 수칙을 숙지하고,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농가 비닐하우스에서는 물고임 현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제거해달라"고 전했다.

김정학 경남경찰청 법안전 과학수사 연구회 회장도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를 천장에 빗물이 고이지 않게 설치하고, 고인 물은 신속히 제거하는 등 수시로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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