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이미지? 대표팀 부커는 전성기 탐슨이었다

김종수 2024. 8. 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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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올림픽 남자농구에서 5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미국대표팀에서 가장 빛난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일단 르브론 제임스(40‧206cm), 스테판 커리(36‧188cm), 케빈 듀란트(36‧211cm)의 베테랑 트리오가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기량으로 금메달 획득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앤써니 데이비스(30‧208cm)는 넓은 수비 범위를 앞세워 포스트 인근을 든든히 지켜냈으며 보스턴 셀틱스 알짜듀오 즈루 할러데이(34‧191cm), 데릭 화이트(29‧193cm) 또한 수비 등 궂은일을 통해 대표팀의 에너지 레벨을 높혀줬다는 평가다.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는 ‘제2의 조던’이다는 극찬을 증명하듯 에이스급으로 뛰어주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약속불이행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조엘 엠비드(30‧213cm) 또한 당초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대표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약속대로 프랑스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미국으로 노선을 바꿈에 따라 프랑스 전력을 약화시킨 것까지 포함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마진은 한층 높다는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대표팀의 숨은 MVP로 언급되며 새삼 재평가되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데빈 부커(28‧196cm)다. 부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표적인 코비 브라이언트 키드답게 공격 욕심많은 슈팅가드로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런 플레이를 많이 펼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매우 정확하고 위력적인 미드레인지 풀업 점퍼를 주무기로 구사한다.


어떤 팀을 만나도 20득점 중반대는 기본으로 기록할 만큼 공격력에 대해서는 도가 튼 선수다. 점퍼를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기는 하지만 상대가 거기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으면 센스있는 돌파와 포스트인근에서의 스핀무브, 플로터 등으로 허를 찌르기도 한다. 자유투를 얻어내는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현대 농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듀얼가드 유형의 선수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슈팅가드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부커는 이제 점점 희소성을 띄고 있는 그런 스타일의 2번이다. 주로 득점에 집중하면서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어느 정도 보조만해준다. 준수한 슈팅을 바탕으로 코트를 넓게 활용하며 슈팅을 시도하는 스코어러라고 할 수 있다.


점퍼를 통해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답게 플레이의 기복은 있는 편이다. 슛이 잘 들어가는 날은 누구도 말릴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리한 난사로 인해 팀 패배의 원흉이 되기도한다. 거기에 감정기복도 있는 편인지라 흥분을 자주하는 편인데 상대팀에서도 이를 알고 전략적으로 이용할 정도다.


때문에 대표팀에 뽑혔을 당시 부커말고 다른 선수들을 아쉬워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커리, 듀란트 등 좋은 슈터가 많은 상태에서 부커까지 필요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커의 합류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누구보다도 ‘도미’가 많은 대표팀에서 최고의 ‘가자미’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당초부터 스티브 커 감독은 부커에게 수비 등 궂은일에서 많은 기대를 했고 이를 입증하듯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기용했다.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좋은 선수이면서 거기에 더해 오프 더 볼 무브, 링커 역할, 디펜더 등으로 전천후 플레이가 가능해 어떤 조합에도 어울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찌보면 ‘부커가?’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분명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커의 이미지는 아니다. 어찌보면 그같은 역할을 기대했다면 부커보다는 할러데이나 화이트가 더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커감독은 부커를 더 좋은 공격력을 갖춘 할러데이나 화이트로 생각했고 진득하게 기회를 줬다. 물론 부커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베스트는 어디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부커는 이에 제대로 화답했다. 리그에서처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공격 욕심보다는 궂은일, 패싱게임 등 팀플레이에 집중하며 소금같은 역할을 해줬다. 팀내 화력이 주춤하다 싶으면 그때는 에이스 모드로 들어가 공격을 풀어주기도 했다.


수비는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꽁꽁 묶는 것을 넘어 수시로 도움 수비까지 들어갈 정도였으며 패싱플레이도 아주 잘했다. 안정적으로 빈자리 동료들을 잘 봐줬다. ‘부커가 전성기 클레이 탐슨으로 빙의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정색을 하고 당시 탐슨과 비교해보자면 수비는 살짝 떨어지는 가운데 더 다양한 득점루트와 패싱센스를 가진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커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이 가능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듀란트와 함께 무시무시한 공수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피닉스 선즈 팬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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