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닐하우스 천장 ‘물 고임’ 실험…4초만에 불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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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400, 420, 450, 475, 508,어어어 잠깐만요. 측정이 안됩니다. 550도를 넘겼습니다."
'법안전 과학수사연구회' 회장인 김정학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현장지원팀장은 "돋보기 효과에 의한 비닐하우스 화재사고의 위험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했다"며 "비닐하우스 농가는 비닐하우스 천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천장을 팽팽하게 만들고, 고인 물은 즉시 제거하기 바란다. 또 비닐하우스 안에 가연성 물질을 두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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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400, 420, 450, 475, 508,…어어어 잠깐만요. 측정이 안됩니다. 550도를 넘겼습니다.”
햇빛이 모인 초점에 땔감을 놓고 온도를 측정하던 경찰이 갑자기 실험 중단을 선언했다. 최고 550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의 한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햇빛만으로도 불과 몇초 사이에 화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 연구모임인 ‘법안전 과학수사연구회’는 12일 낮 12시30분 경남경찰청 봉림관 주차장에서 ‘돋보기 효과’에 의한 비닐하우스 화재사고 실증 실험을 했다.
‘돋보기 효과’는 빛을 통과시키는 물체가 렌즈처럼 작용해서 햇빛을 굴절시키고 모으면서 열을 발생시켜 화재까지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페트병·어항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양한 물체가 돋보기 효과를 일으키는데, 농촌의 비닐하우스도 천장에 물이 고이면 돋보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요즘처럼 폭염과 국지성 소나기가 겹치는 상황에서 특히 위험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2020년 이후 8월11일까지 돋보기 효과로 전국에서 13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경남 7건, 경기 6건, 부산·강원·경북 각 3건 등 전국에서 2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계절별로는 돋보기 효과에 의한 화재의 57%가 여름(6~8월)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은 비닐 투명도와 두께, 고인 물의 지름과 깊이, 땔감의 재질과 색깔 등에 따라서 돋보기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실험 시점에 날씨는 쾌청했고, 기온은 34도로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
실험 결과, 비닐이 투명할수록, 땔감의 색깔이 짙을수록 불이 잘 붙었다.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땅바닥에 넓게 까는 검정 비닐은 불과 4초 만에 녹으면서 불이 붙는 등 특히 취약했다. 고인 물의 크기는 햇빛 초점이 생기는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비닐·종이·나무·플라스틱 등 재질과 상관없이 모든 땔감이 햇빛에 녹거나 불이 붙었다.
‘법안전 과학수사연구회’ 회장인 김정학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현장지원팀장은 “돋보기 효과에 의한 비닐하우스 화재사고의 위험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했다”며 “비닐하우스 농가는 비닐하우스 천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천장을 팽팽하게 만들고, 고인 물은 즉시 제거하기 바란다. 또 비닐하우스 안에 가연성 물질을 두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법안전 과학수사연구회’는 2018년 1월26일 47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친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를 계기로, 생활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경남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만든 연구모임이다. 2018년과 2022년 경찰청 소속 전체 연구모임에서 1등 평가를 받았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인사혁신처 주관 전국 공무원 연구모임에서 1등 평가를 받았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청 소속 공무원까지 모두 92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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