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협상 전 보복 나서나···가자 휴전 줄줄이 ‘먹구름’
“이란, 4월 공격 때보다 대규모 공격 가능성”
하마스, 사실상 15일 휴전 회담 불참 선언
‘대선 전 인질석방’ 바이든 노력 물거품 되나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재개되기 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등 중재국 정상들이 꺼져가는 휴전협상 불씨를 살리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협상 재개를 앞두고 줄줄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휴전회담 이전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비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유도미사일 잠수함의 중동 배치를 명령했다고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미군이 잠수함 배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이란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 정상들은 오는 15일 가자지구 휴전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압박해 왔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예고했으나, 열흘 넘게 공격에 나서지 않고 대응 방안을 저울질해 왔다.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이란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 4월 공격보다 큰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먼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이란이 공격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다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의 공격 여부는 여전히 유동적이며, 공격 방식을 두고 이란 내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 입장에선 자국 심장부에서 하마스 수장이 암살된 이상 이스라엘에 보복을 단행해 체면을 살려야 하지만, 동시에 확전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이 열흘 넘게 보복 수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일부 서방 언론들도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과 강경파 중심의 이란 혁명수비대가 보복 방식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 본토 타격만은 하지 말자고 강경파를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내부 논쟁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란이 결국 이스라엘 공격을 단행할 경우, 휴전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중재국 정상들이 제안한 휴전회담은 15일 이집트 카이로나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니야 암살 후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온 미국은 회담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끄는 협상팀을 파견할 예정이다. 미국은 휴전이 성사되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도 재고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스라엘에 휴전 합의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회담을 앞두고 줄줄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휴전협상이 급물살을 탄 상황에서 헤즈볼라, 하마스 최고위 지도자가 연이어 암살된 데 이어 이스라엘군이 지난 10일 가자지구 학교를 폭격해 100여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런 강공에 이스라엘이 협상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는 새로운 협상을 하는 대신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제시했던 ‘3단계 휴전안’에 의거해 휴전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실상 15일 회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회담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재국들에 5월31일 발표된 바이든의 구상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7월2일 합의한 것에 대한 이행을 촉구한다”면서 “중재국들은 점령군(이스라엘)에게 이것(기존 합의안)을 강제해야지, 그들의 침략을 은폐하고 우리 국민에 대한 대량학살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추가적인 협상이나 새 제안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지난 몇 달간 이스라엘이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려 온 것을 중재국들이 제어해야 한다는 요구다.
휴전 회담이 또다시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11월 미 대선 전 휴전과 인질 석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여온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하레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지금까지 협상 교착에 대한 책임을 하마스에 돌려왔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이은 ‘강공 드라이브’로 휴전협상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됐다고 판단하고 이스라엘에 협상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을 방해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 CNN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의 15일 회담 불참 선언에도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휴전협정을 원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합의하라는 미국의 더 거센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되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의 규모와 시기를 재고할 것이란 징후가 나타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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