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그]'꿀벌 지킴이' 제놀루션, 도심 양봉장 꾸린 이유는
서울 마곡 사옥에 도심 양봉장 조성…임직원 손수 육성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편집자주] [바이오로그]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바이오산업이 각 국가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의약품 개발·제조에 국한됐던 바이오산업 범위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과 조합을 이루는 첨단융·복합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산업 현장 깊숙이 찾아가 진화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일지(log)를 기록해본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제놀루션 사옥 옥상에 들어서면 도심 한 가운데서 양봉장을 마주할 수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서양종 꿀벌은 물론, 양봉 농가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토종꿀벌(동양종)까지 총 35만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도시 양봉장이다. 언뜻 사옥 내 이색적인 공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양봉장의 정체는 세계 최초 꿀벌 유전자 치료제 '허니가드-R액' 개발을 개발한 회사의 주요 연구 자산이다.
2006년 설립된 제놀루션은 시장에 분자진단 업체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65%가 핵산 추출 시약·장비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표방하는 정체성은 여전히 '신약 개발사'다.
김민이 제놀루션 연구소장은 "제놀루션은 설립 초기부터 RNA 기반 항암제를 개발해 온 신약 개발사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진출한 핵산추출 자동화 장비와 시약 성과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부각됐다"며 "여전히 RNA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회사의 근간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약의 대상은 인간에서 동물로 달라졌다. 흔히 '꿀벌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고심하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RNA 기반 치료제에서 실마리를 찾아낸 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제놀루션에 기술이전 하면서 동물의약품 등 그린바이오 사업화 모델이 구축되면서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된 허니가드-R액은 이달 샘플이 나오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그 효능을 농가에 알릴 예정이다. 임상에서 유충 치사율이 60% 이상 감소, 바이러스 분자수 90% 이상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피해를 입을 경우 소각 외 방법이 없던 농가 입장에선 희소식일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 단순 양봉농가는 물론 전세계 식량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꿀벌이 세계 식량생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최대 69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제놀루션이 많은 가축 중 '꿀벌 지킴이'를 자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방증하듯 제놀루션 마곡 사옥엔 의약품 전문가는 물론 곤충학자들도 대거 근무이다. 석박사급 인재가 즐비하지만, 꿀벌 관찰부터 말벌 등 침입자들로부터 보호, 꿀을 따는 작업까지 임직원들이 손수 수행한다.
김상훈 제놀루션 부사장은 "회사가 사업 초기부터 연구해 온 RNA 대량 생산기술이 이번 성과의 기반이 됐고, 특히 민관 협업의 성공적 사례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동물의약품 분야 RNA 신약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만큼, 이를 포함한 그린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제놀루션은 허니가드-R액 외 꿀벌 노제마병 치료제, 기존 화학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친환경 작물보호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정부 국책과제로 선정된 노제마병 치료제의 경우 내년 임상 진입 예정이다. 이후 식물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성과가 본격화 된 그린바이오 사업의 안정적 투자를 위한 진단 분야 포트폴리오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 이달 1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규모 진단검사 박람회인 'ADML 2024'에 참석해 기존 분자진단 장비 외 최신 전자동 장비를 선보이며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상반기 플라즈마를 활용한 뷰티 디바이스 '앙블 쁘리띠'와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하며 뷰티 사업을 통한 추가 현금 창출 기반을 강화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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