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우 “팬들에게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2024. 8. 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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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내 팬미팅 성료
[동아닷컴]
사진=하나다컴퍼니, 더메르센 제공 / phoebe@donga.com
뜨거운 8월 하늘을 닮은 파란색 리본과 풍선으로 장식된 화려한 쌀 화환들이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 입구를 가득 메웠다. 배우 나인우(본명 나종찬·30)의 팬미팅 공연 ‘어거스트 인우 러브(The 1st 팬미팅 AUGUST INWOO LOVE')’가 이날 열렸다. 나인우가 데뷔 10주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국내 단독 팬미팅이다. 청량한 블루 셔츠를 입고 미소 짓는 나인우의 사진이 스카이아트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블랙 크롭 재킷을 입은 나인우가 무대 위에 섰다. 그는 팬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8월의 크리스마스’를 불렀다. 1998년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연배우 한석규가 직접 불렀던 주제가다.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대목에선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매끄럽게 공연을 마쳤다.

진행을 맡은 개그맨 유재필은 글로벌 팬클럽 ‘누룽지(NWOO-RUNGJI)’의 대장, ‘나트리버’로 나인우를 소개했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들은 나인우는 “지금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마음 표현을 다 못하겠다. 누룽지라는 팬덤 이름을 만들고 처음 뵙는 자리라 더 신경을 썼다. 아닌 척했는데 너무 떨린다”고 했다. 유재필은 지난해 KBS2 예능 ‘1박2일’에 스트릿 취침 파이터 MC로 출연했을 때 나인우가 예전에 같이했던 예능 프로그램도 기억해 주고 따뜻하게 환영해 줬다며 미담을 전했다.

사진=하나다컴퍼니, 더메르센 제공

나인우는 Q&A ‘오랫동안 인우를 기다렸습니다’ 부터 ‘이모티콘 UP’, ‘인우네 퀴즈가게’ 등 다양한 코너를 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태민의 ‘길티(Guilty)’, 레드벨벳의 ‘빨간 맛’, (여자)아이들의 ‘퀸카’, 온라인 화제의 밈 ‘삐끼삐끼’까지 즉석 댄스 퍼레이드도 펼쳤다. 박자나 동작이 틀리면 “다시 할게요”를 할지언정 못한다는 말은 안 했다.

팬들이 가장 호응했던 코너는 나인우의 인생 캐릭터를 다시 보는 ‘그의 이상형 리스트’다. ‘철인왕후’ 김병인, ‘징크스의 연인’ 공수광, ‘내 남편과 결혼해줘’ 유지혁, ‘좀 예민해도 괜찮아’ 박지호, ‘달이 뜨는 강’ 온달, ‘클리닝업’ 이두영,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오진성, ‘쌍갑포차’ 김원형이 8강 대진표에 나왔다. “모든 캐릭터가 눈에 밟혀 하나를 뽑는 게 어렵다”는 나인우의 말에 결정권은 팬들에게 넘어갔다. 팬들의 호응이 가장 큰 캐릭터가 1위로 뽑혔는데 바로 온달이었다. 나인우는 “저는 당연히 그 분(유지혁)일 줄 알았는데 너무 의외”라면서 “앞으로 영화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 같은 거친 액션도 해보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나인우는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으로 해외 메탈 전문지에도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도 기타를 잡았다. 마샬 앰프와 캐비넷이 무대에 설치되는 동안 그는 화려한 파란색 꽃무늬가 인상적인 아이바네즈 스티브 바이 시그니처 기타를 들고 왔다. 파란색이 그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최근 1년 사이 나인우가 장만한 기타 중에는 블루 계열 색상이 많다. 가장 최근 일본 악기점에서 산 기타는 짙은 남색 바탕에 나뭇결이 민트색으로 화려하게 채색된 신상 ESP 커스텀 제품이다.

그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게리 무어(1952~2011) 대표곡 ‘더 로너(The Loner)’를 연주했다. 이 노래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무어가 1986년에 사망한 친구 필 리노트를 추모하며 만든 블루스 록 곡이다. 우울하고 감성적인 음색으로 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녹여내 기타가 통곡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지 파월, 조 새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같은 아티스트들도 커버한 바 있다. 헤비메탈을 주로 연주하던 나인우에겐 큰 도전이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당장 록 공연 무대에 서도 될 정도로 손색없는 연주였다. 이후 한 팬은 SNS에 “인우가 친 것은 기타가 아니고 팬들의 심장”이라는 인상적인 평을 남겼다.

사진=하나다컴퍼니, 더메르센 제공

끝 곡 ‘사랑하고 싶어요’는 나인우가 출연한 웹 드라마 ‘그녀의 버킷리스트’의 OST 앨범 수록곡이다. KBS2 예능 ‘1박2일’에서 나인우가 부른 음원으로 소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나인우는 “이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본 적이 없다”면서 팬들에게 같이 불러달라고 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졌다. 그는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불렀다.

서울, 부산, 제주부터 프랑스, 독일,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팬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거나 ‘단단하고 끈끈하게 인우 곁에 있을게’ 슬로건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인우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진심을 다하는 배우가 되자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객석에서 “사랑해”, “팬미팅 1박 2일 하자”는 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사랑해 진짜 많이, 내가 더 사랑해”라며 “기회가 된다면 팬미팅으로 또 찾아뵙겠다. 누룽지 여러분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팬미팅을 마친 나인우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팬미팅이 8월인데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하루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요’는 팬 분들과 같이 불러보고 싶어서 골랐다”며 “게리 무어 아저씨는 제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라서 꼭 연주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과 장난치고 게임을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꼈고 저보다 저를 잘 아는 것 같아 감동했다”라며 “무대에서 객석에 계신 팬들 얼굴이 잘 보여서 한 분 한 분 자세히 봤던 것 같다. 제가 하루를 선물해 드리려 했는데, 오히려 제가 팬들 덕분에 너무나도 행복했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하나다컴퍼니, 더메르센 제공

이번 팬미팅은 하나다컴퍼니 주최, 더메르센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플링크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나인우는 지난 2월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한 여자만 바라보는 로맨티스트 유지혁 역으로 활약했다. 최근 KBS ‘1박 2일 시즌4’에서 하차했다. 차기작은 2025년 방영 예정인 MBC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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