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 바흐의 마지막 올림픽[박성배 한양대 교수 기고]
11일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 파리에서 올림픽을 치른 지 정확히 100년 후 열린 대회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가 이번 올림픽을 지켜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파리올림픽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집행한 마지막 올림픽이다. 2013년 시작된 그의 임기는 2025년에서야 끝난다. 국가 원수보다 긴 12년 임기를 끝내는 시점에서 바흐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바흐는 2014년 소치대회부터 이번 파리대회까지 총 6번 올림픽을 집행했고 향후 5차례 올림픽 개최지도 선정했다. 2014년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시작으로,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및 각종 입찰 비리, 2018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지연 개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와 잇단 논란 속에 올림픽이 열렸다. 올림픽 개최 비용도 크게 치솟았다. 파리올림픽의 경우, 경기장 시설물을 신축하는 대신 95%를 재활용한 덕분에 85억 달러만 들어갔을 뿐이다. 올림픽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반면, IOC 수입은 30억 달러(2001~2004년)에서 현재 두 배 이상 늘었다. IOC는 2019년 남는 예산 2억 달러로 본사 건물을 신축했다. 그런데 올림픽 개최국에 돌아가는 지원금은 제자리다.
이제 올림픽을 안정적으로 치를 국가는 크게 줄었다. 개발도상국은 더 이상 올림픽 개최를 꿈꿀 수도 없고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 바이러스, 테러, 전쟁, 차별 등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올림픽 효과도 약해졌다. 결국, IOC는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도시와 국가 한곳을 정하고 찬반 투표로 개최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2024년,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도 경쟁 투표 없이 ‘협의’로 결정됐다. 이번 파리올림픽 직전 열린 IOC 총회는 2030년, 2034년 동계 올림픽 개최권을 다시 프랑스와 미국에 줬다. 개최지 선정방식이 더욱 불투명해졌고 올림픽은 ‘선진국들만의 대회’로 전락한 느낌이다.
올림픽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열악한 환경에서 부족한 지원금을 받고 참가한 선수들의 희생이 있어 열릴 수 있다. 파리올림픽도 자원봉사자 4만5000명이 없었다면 열리지 못했을 것이다. 급여 대신 받는 것은 유니폼, 무료 점심 등이 전부였다. 이들에게 최저 시급을 줬다면 인건비는 최소 수천억원이 됐을 것이다.
비영리조직인 IOC 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하지만 2022년 바흐 위원장 활동비는 ‘연간 보상금’ 29만5000달러를 포함해 약 37만 달러에 달했다. IOC위원 106명에게도 업무 출장마다 1등석 항공편과 5성급 호텔이 주어진다. 회의 참석 수당도 450~900달러다. 올림픽 개최국은 재정적자를 겪지만 IOC는 불어나는 수입으로 지도부에 더 많은 권한과 혜택을 준 꼴이다.
바흐 위원장은 오해를 살만한 정치적 행보에 적극적이었다. G20 회의나 UN총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다. 러시아에 휴전을 요구하거나 홍콩과 신장 지구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도핑 사태로 올림픽 출전권을 잃은 러시아 선수들에게 중립국 지위를 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스포츠를 통해 문화와 국적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과 연대감을 키워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를 실현하는 데 공헌한다”는 올림픽 정신이 지난 100년 동안 잘 지켜진 것일까.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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