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억제지역 지정 탓에 재정자립도 떨어져"
경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규제 완화를 위해 공동대응협의체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12일 경기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수도권정비계획법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곳은 △수원 △고양 △성남 △안양 △부천 △의정부 △하남 △광명 △군포 △구리 △의왕 △과천 등 12곳이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뉜다. 각 권열별로 규제와 관리 방안을 다르게 적용해 인구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재배치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마련된 법이다.
이 중 과밀억제권역은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곳에 법인을 설립하면 취득세·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된다. 국외진출 기업이 과밀억제권역으로 복귀하면 주는 법인세 감면 혜택도 없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공공청사, 연수시설, 인구집중 유발 시설의 신·증설은 금지되고 공업지역 지정도 불가능하다.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12곳의 지자체는 지난해 11월에 공동대응협의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으로 규제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국회에서 '과밀억제권역' 관련 토론회를 열고, '규제 완화 TF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 대표위원장으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선출했다.
◇“과밀억제지역 지정 탓 재정자립도 떨어져”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지자체들은 국토균형발전 취지의 법이 지역 경제 발전에 족쇄가 된다고 주장한다. 과밀억제권역 도시에 기업을 설립·이전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기업들이 규제 탓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떠나 발전이 정체돼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등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원시는 지난 20년 동안 규제 탓에 재정자립도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경기 수원시 재정자립도는 89%로 전국 평균 59.4%보다 30%p 높았다. 이후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18년부터는 40%대에 머물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재조정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8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취임 2주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선진국은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유사한 법을 개정했다”며 "경제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 기업이 정주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도 규제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시의 경우 지난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공업지역 규제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규제 개선 사례 시사점과 효과를 분석, 공업지역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시는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지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창릉 3기 신도시 조성을 대비해 도시지원시설 용지 내 신규 공업지역 지정을 허용하자는 안도 검토됐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수도권 인구만 늘어나고 기반시설은 부족해 성장 기회만 뺏긴 상황이 됐다”며 “턱없이 적은 공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규제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현재 하남시장은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 참석, “수도권의 과밀억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 기업 이전만 가로 막혀 있고, 일자리 부족으로 경기도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하며,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과밀억제권역에 비해 성장관리권역이 더 유리하게 적용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협의회가 힘을 모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밀억제권역 공동대응협의회는 규제 완화를 위해 중앙 정부에게 정책 제안을 하거나 국회의원에게 법안 발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봐야 할 시점"이라며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마련하거나,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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