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세금’ 놓고 갈라진 민주당… 금투세는 어디로 갈까?[세종팀의 정책워치]

세종=김도형기자 2024. 8.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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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금. 최근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실현한 소득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22% 세율(지방소득세 포함, 3억 원 초과분은 27.5%)로 합산 과세하는 세금인데요.

이미 통과된 법률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정부와 국민의힘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예정대로의 시행과 유예 등을 놓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습인데요.

상당수의 사안에서 ‘단일대오’를 펼쳐온 민주당에서 이례적으로 의견들이 갈라질 정도로 논란이 큰 세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아일보DB.

● “국내 주식도 차익 크면 세금 내야”

현재 국내에서는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개인들의 상장 주식 투자에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습니다.

최근 기준이 50억 원으로 바뀐 대주주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주식 매도로 큰돈을 벌어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인데요.

해외 주식의 경우 연 250만 원 공제 한도를 넘어서는 순간 꼼짝없이 22% 세율(지방소득세 포함)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을 확 바꿔 놓게 될 금투세는 2020년에 여야 합의로 이미 법이 통과돼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예된 상황입니다.

금투세 도입을 결정할 당시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작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애초에는 주식 투자로 1년에 2000만 원 넘게 벌면 최고 25%의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라고 재검토를 지시, 과세 기준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증시에서 큰손 빠지면 안 돼” 개인 투자자 강력 반발

‘한 해에 5000만 원. 그 정도 벌었으면 세금 좀 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인데요.

금투세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합니다.

본인이 앞으로 매년 연간 5000만 원의 양도차익을 거둘 자산이 있는데 세금을 못 내겠다, 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슈퍼 개미’라고 불리는 큰손 투자자들이 이 세금 때문에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사태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단할 수 없겠습니다만, 어찌 됐든 새로운 세금이 도입되는 만큼 이 세금을 피하려는 움직임은 당연히 생길 수 있겠습니다.

앞서, 현재 국내 증시의 개인 투자자는 주식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사실 최근 기준을 높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유 종목당 10억 원(혹은 일정 지분율 이상)이었던 대주주 기준이 있어서 일부 개인 투자자는 주식 양도세와 결코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특정한 종목에 5억 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연말에 100%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서 평가액이 10억 원을 넘는 경우라면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인데요.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연말에 이 기준을 넘기지 않기 위한 매도 물량 때문에 가을 무렵부터는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금투세 시행” 주장, 댓글 1만개 달린 야당 정책위의장 블로그

개인 투자자들이 아무리 이런 걱정을 해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현재 상황은 뚜렷한 여소야대. 민주당이 결심하지 않으면 금투세는 이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큰데요.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금투세 시행 추진’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진 의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금투세에 대한 왜곡과 진실, 일독을 권합니다>, <금투세 관련 오해를 소상히 설명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금투세 도입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는 일종의 기우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해당 국가 주식시장의 수익성을 보지, 세금 여부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외국인이나 큰손 투자자들이 증시를 이탈한다는 주장도 과도한 공포 조장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입니다.

12일 현재 이 두 개의 글에 달린 댓글을 더하면 1만 개가 넘는데요. 부분 금투세 유예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 댓글입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남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야당 안에서도 “우리 주식 시장, 담세 체력 갖췄나?” 반론

당 대표도 아니라 정책위의장의 개인 블로그에 댓글 1만 개가 집중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화력’이 보여주는 것처럼 금투세는 만만치 않은 이슈인 듯합니다.

이런저런 사안에서 당내 반대 의견이 드물었던 민주당 내에서 폐지까지는 아니어도 추가적인 유예는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신중 검토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금투세 문제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우리 주식시장이 담세체력을 갖추었는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이 의원은

국내 증시는 재벌 대주주가 개인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태가 되풀이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시장 여건이다. 이를 고려해 자본시장 개혁 이후로 금투세 도입을 미루자.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8일에 올라온 이 글에도 12일 현재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금투세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댓글의 대부분은 지지 의견입니다.

기존에 없던 세금인 금투세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상황. 금투세 때문에 기존에는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나 이 세금 때문에 일부 투자금이 국내를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여기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 ‘금투세 시행’ 공약으로 총선 이긴 민주당, 입장 바꿀까

세금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면서 보게 되는 세금의 실체는 저 말과는 꽤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가장 큰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만 놓고 봐도 국내의 근로자 30% 이상은 전혀 내지 않는 상황입니다.

자료: 국세청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인 도미닉 프리스비가 쓴 책 ‘세금의 세계사(조용빈 옮김·한빛비즈)’에는 “정부가 피터 것을 빼앗아 폴에게 주면 폴은 항상 정부를 지지한다”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 소개돼 있습니다.

이 말처럼 세금 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정치’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산과 달리 세금 제도는 실제 대부분 법으로 결정되는데요. 여러 국가 시스템 가운데 국회의 뜻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영역인 셈입니다.

지난 총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금투세 시행’을 내걸고 압승한 민주당이 금투세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1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한 이후에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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