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포기하면 마약 밀수 면책” 미국 제안에도···강경 기조 마두로
대선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가 마약 밀수 혐의 사면을 조건으로 대통령직 퇴진을 유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미국 정부가 내년 1월 임기 만료 전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하도록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의 사면안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설득하고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마약 혐의와 관련된 마두로 정권 인사들을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을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 반군 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등과 공모해 미국에 코카인 등 마약류를 반입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로 2020년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측근 10여명을 기소했다. 당시 1500만달러(약 205억원)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WSJ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끌어내기 위한 협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베네수엘라 책임자인 대니얼 P. 애릭슨과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사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카타르에서 열린 비밀 협상에서 마두로 대통령에게 사면을 조건으로 퇴진을 제안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대통령직 퇴진을 전제로 한 합의안에는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유럽연합(EU) 국가가 대선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등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야권 인사에 대한 강경 탄압 기조를 이어가면서 베네수엘라에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1일까지 반정부 인사와 시위대 등 24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부는 한밤중에 야권 정치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집에 찾아가 체포해가는 ‘노크 작전’ 등 탄압 정책을 펴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왓츠앱 사용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 접속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민주야권연합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베네수엘라에는 노크 소리가 난 뒤 자유를 빼앗길 수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배한다”며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인들을 대상으로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차도는 그러면서 오는 17일 전 세계에 있는 베네수엘라인을 대상으로 마두로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마두로 정권이 집권하는 11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은 전체 인구 2900만 명 중 8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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