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發 폭력 시위에 놀란 英, 규제·교육 강화
SNS 및 가짜뉴스 규제법 손 보고 교육과정에도 추가
영국 사회가 반이민과 반무슬림 폭력 시위로 혼돈에 휩싸였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극우 세력은 주말 새 영국 100여곳에서 시위를 계획했고 이에 맞서 일반 시민들은 폭력 근절을 호소하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다행히 최근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력이 강화되고 법원도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면서 반이민 시위 대신 평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힘을 얻고 있다.
일주일 넘게 영국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시위의 시발점은 인종차별적 가짜 뉴스였다. 무분별한 가짜뉴스로 영국이 홍역을 치룬 것인데, 그 전부터 있었던 영국 내 미묘한 인종차별적 분위기와 맞물려 거대한 시위로 비화된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 정부는 가짜뉴스 규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11일(현지 시각) CNN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시위가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들도 주말 새 폭력 시위는 정점에 달한 것으로 봤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불씨가 남은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이번 폭동으로 체포된 시민은 지난 10일까지 779, 이 중 349명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사우스포트와 리버풀 법원에선 이번 폭동과 관련한 첫 재판이 열렸는데,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영국정부는 소셜미디어(SNS)를 운영하는 업체들을 규제하는 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 합법이지만 유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거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기존에 제정된 온라인안전법은 의도적인 거짓 정보나 잠재적인 대상에게 신체적·정신적 해를 미칠 의도가 있는 불법 허위정보를 규제한다.
하지만 이는 유해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10월 해당 법 제정 당시 합법이지만 유해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검토됐으나 표현의 자유 및 IT업계의 반대로 폐기됐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온라인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며 법 강화를 제안했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브리짓 필립스 교육장관은 5세 이상 초·중학교 학생에게 온라인상 허위 정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검토는 여러 과목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시간에는 실제 기사와 가짜뉴스의 문체 및 어휘를 비교하고 컴퓨터 수업을 통해서는 가짜 웹사이트를 구분하는 법을 익히는 등이다.
정부의 법 개정까지 이끌어낸 이번 시위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영국 머지사이드주(州) 리버풀의 해안마을 사우스포트에 자리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19세 소년이 휘두른 칼 6~9세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가 이슬람 이민자이며 범행 당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18세 미만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된 소년이 이민자가 아닌 웨일스 태생이라는 점만 확인해 줬다. 그러자 극우단체에선 경찰이 이민자를 감싸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지난 1일 리버풀 법원은 예외적으로 소년의 이름을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한 폭력집회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는데, 2011년 런던에서 20대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발생한 폭동 이후 13년 만의 거센 폭동이 발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떠도는 허위 정보가 극우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면서 SNS를 운영하는 대기업에도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머 총리는 “폭력 소요가 분명히 온라인에서 부추겨졌다, 이 또한 범죄이고 이는 당신들의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라며 “온라인으로 선동하는 것은 범죄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우리가 모두 즐기는 기회를 주지만 거기에는 책임도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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