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가 AI로 군중 사진 조작”…언론들 “트럼프, 좌절감에 거짓말까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동원 군중 규모에 ‘집착’하는 트럼프 후보의 언행을 조명하며 그가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는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해리스 후보가 제대로 검증대에 오르지 않아 ‘허니문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대선에서 ‘흑인’에 더해 ‘여성’이라는 난관을 끝까지 넘을지 주목된다.
● 트럼프, “해리스 군중사진 AI로 조작” 주장…언론들 “트럼프가 거짓말”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트루스소셜 SNS에 글을 올려 해리스 후보가 인공지능(AI) 기술로 군중 사진을 조작해 없는 지지자를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사진은 7일 해리스 후보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처 공항에 내렸을 때의 모습으로, 해리스 캠프는 당시 현장에 1만5000여명의 지지자가 운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후보는 SNS에 “마치 현장에 엄청 많은 1만 명의 군중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긴 아무도 없었다”며 “AI로 조작된 가짜 이미지고 카말라는 사기꾼(cheater)”이라고 적었다. 또 “이 일은 공항 근로자의 제보를 통해 탄로났다”며 “부통령 비행기 겉면에 비친 모습에도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론들은 즉각 “거짓말을 한 건 트럼프”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군중은 수천 명의 사람들과 NYT를 포함한 뉴스 매체가 목격했다”며 “대규모 인파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집착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CNN은 “우리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포함해 이 행사의 사진과 영상들이 이 극우 음모론을 쉽게 반박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행사는 라이브로 스트리밍됐다”며 “1만5000명이 격납고를 가득 채웠고 참석자들이 활주로로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캠프는 곧바로 트럼프의 ‘무리수’에 대해 역공에 나섰다. 당일 행사 사진에 같이 모습이 찍혔던 라보라 반스 미시건주 민주당 의장은 “AI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연단에 나를 포함시켜줘서 영광”이라고 조롱했다.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는 유세 중 “모두가 군중 규모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부각시키고,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반복하며, 특히 정치적 위협을 받을 때 음모론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꾸준한 비판을 받아왔다”며 “그는 임기 동안 3만573건의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해리스 인기는 허니문 효과-언론 회피하며 검증 피해”
이날 트럼프 후보의 ‘AI 조작’ 주장은 전날 NYT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 3곳(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 해리스 후보에게 4%포인트 밀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제기됐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집회에 1000명이 모이면 언론은 ‘미쳐서’ 얼마나 ‘큰 지’ 얘기하면서 내 집회에 10만 명이 모이면 보도도 안 한다”고 숫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외신들은 “불과 한달 전 지지자들을 뜨겁게 결집시켰던 ‘암살 시도 사건’ 효과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트럼프 후보가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이날 해리스 후보가 “내가 당선되면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받는 팁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의 분노가 더 커졌다. 이 공약은 자신이 만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는 ‘따라쟁이 카멀라(#CopyCatKamala)’라는 해시태그를 만들고 “그녀는 아이디어가 없고 트럼프의 것을 훔치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 현지에서는 진보 언론에서조차 ‘해리스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는 “해리스 후보가 대선전에 뛰어든 뒤에도 전혀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기자의 질문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캠프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트럼프 캠프가 ‘자멸’하기만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대선 캠페인은 점점 더 동정적인 청중 앞에서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청중은 지켜보고 듣기만 할 뿐 질문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마크웨인 멀린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의 인기는) 허니문 단계라 그렇다”며 “해리스 후보는 아직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았고 자신의 기록에 숨어 있지만 언젠가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후보는 “기자 회견을 할 만큼 똑똑하지 않은 것”이라고 응수했다.
해리스 후보가 당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실제 대선에서도 ‘흑인 여성’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흑인 남성인 콰메 라울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은 NYT 인터뷰에서 “때로 흑인 남성들은 흑인 여성을 리더로 지지하는 게 흑인 남성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이런 흐름이 11월에 해리스 후보가 승리하는 데 작지만 결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AP에 따르면 2020년 선거에서 흑인 여성은 6%만이 트럼프 후보를 찍었지만 흑인 남성은 12%가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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