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작아서, 귀여워서 봐준다고요? ‘스몰 도그 신드롬’
2024. 8. 12. 13:12
상상해 보자. 진돗개가 나를 응시하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다른 장면에서는 몰티즈가 쏘아보며 이빨을 내보이고 으르렁거린다. 앞 장면은 머리가 주뼛 서고 간담이 서늘해지는데, 뒤 장면은 어떤가. 가소롭거나 외려 귀엽거나 ‘그래 봤자지’ 하는 마음이지 않나?
개의 크기 말고 문제 행동에 집중해야
우리가 개에게 일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개의 크기로 위기감을 저울질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평소 대형견에게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를 소형견에 적용하는 일도 드물다. 이런 면에서 대형견은 좀 많이 억울하고, 소형견은 뜻하지 않게 득을 본다. 그런데 이게 정말 득이긴 할까.
대형견이라면 심각한 문제 행동으로 지적될 ‘입질’이나 ‘공격성’을 소형견이라는 이유로 간과하거나 방치했다가 마침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는 것을 ‘스몰 도그 신드롬(small dog syndrome)’이라고 한다. 가령 물건을 망가뜨리고, 과하게 짖고, 다른 개를 괴롭히거나 사람을 무는 행동들이 제어되지 않는 것이다. 소형견만 보이는 특성은 아니지만, 소형견에서 유난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개의 크기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을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개가 크든 작든 ‘문다’거나 ‘짖는다’는 행동이 조절되지 않는 상황이다.
반려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사실 이 문제의 시작은 대개 ‘작으니까’ 또는 ‘귀여우니까’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소형견을 반려하는 보호자는 자신의 개가 공격성을 드러낼 때 대수롭잖게 여기기 쉽다. 오히려 그 모습이 귀엽다며 SNS에서도 두루 회자된다. 하지만 소형견이 보이는 ‘작은’ 문제 행동을 바로잡지 않고 넘어가기를 반복하면 결국 ‘큰’ 문제 행동으로 발전한다. 또 귀엽다고 화를 돋우는 행동은 반려견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높여 문제 행동을 더욱 심화시킨다.
스몰 도그 신드롬을 교정하려면 반려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개의 연령에 맞게 또 대형견을 대하는 것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개의 행동에 규칙과 한계를 정해 주고 일관성 있게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더불어 상벌을 통해,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선 안 되는 행동을 분명히 구별 지어 준다. 또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산책하면 문제 행동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2호(24.8.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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