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천방지축' 신인과 매일매일 영상통화…"나 한국말 잘해" 수원에는 '우리형' 있다 [인터뷰]

김영록 2024. 8. 12. 12: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옆의 이연준 통역이 "원상현은 쿠에바스 말고도 벤자민, 로하스와도 자주 영상통화를 하더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때 쿠에바스가 "너 잉글리시 잘해? 안 좋아(못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 뒤 "우리 한국말, 한국말"이라며 씨익 웃었다.

5년차인 로하스, 3년차 벤자민도 역시 한국말이 꽤 자연스럽다고.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임한 원상현과 쿠에바스. 김영록 기자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의 벽은 높았다. 패기만만했던 신인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2군을 겪고 돌아왔다.

하지만 걱정없다. '수원 형'이 있기 때문이다.

11일 수원에서 만난 KT 위즈 원상현은 "2군에 있을 때 매일 쿠에바스와 영상통화 했다"고 했다. 옆의 이연준 통역이 "원상현은 쿠에바스 말고도 벤자민, 로하스와도 자주 영상통화를 하더라"고 거들고 나섰다.

원상현은 영어를 잘하는 걸까. 그는 "번역기를 쓴다"며 멋쩍어했다. 그때 쿠에바스가 "너 잉글리시 잘해? 안 좋아(못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 뒤 "우리 한국말, 한국말"이라며 씨익 웃었다. 원상현도 "제 멘토"라며 쿠에바스의 품에 안겼다.

한국 생활 6년차, 어지간한 의사소통은 다 가능하다는 쿠에바스다. 마음가짐부터 공 던지는 방법까지, 투수로서 가져야할 여러 덕목에 대해 원상현에게 '밀착 지도'하고 있다.

5년차인 로하스, 3년차 벤자민도 역시 한국말이 꽤 자연스럽다고. 인터뷰 도중 "안녕하십니까!"라는 굵은 목소리의 인삿말이 들려 돌아보니 로하스였다. 동료에게 장난을 치던 로하스는 '아프다'는 반응에 "오! 미안합니다!"라며 넉살 좋게 웃었다.

원상현은 올해 1라운드 7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전 이강철 KT 감독이 꼽은 5선발이었지만, 2군 생활을 경험해야했다.

사진제공=KT 위즈

무엇보다 선발투수의 스트레스로 살이 무섭게 빠진 게 원인이었다. 원체 늘씬한 체형인데, 체중이 더 줄면서 공의 구위도 떨어졌다. 건강 역시 좋을 리 없었다. 결국 2달 가량 재정비를 거쳤다.

이젠 불펜 롱맨으로 뛴다. 1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9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삼진도 3개나 잡아냈다.

경기전 이강철 KT 감독은 "어제의 수확이다. 5~6점차 이길 때, 또 1~2점차 지고 있을 때 (원)상현이가 저렇게 던져준다면 무척 고마운 일"이라며 "선발로 뛰던 선수라 멀티이닝도 가능하다. 투수 운용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어제 같은 경기에 (필승조)김민을 쓸 순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경기, 4회말 KT 쿠에바스가 키움 최주환의 타구를 호수비로 처리한 우익수 정준영에게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7.17/

"결정구가 좋다. 2스트라이크만 선점하면 삼진 잡을 능력은 있다. 다시 선발로 가기보단 중간에서 강한 직구로 1~2이닝을 책임져주면 좋겠다."

원상현은 2군에서 체중을 제법 불렸다. 이강철 감독은 "유니폼을 좀 헐렁하게 입으라고 말하고 싶은데…나보고 '구식'이라고 할까봐"라며 "타이트하니까 너무 말라보인다. 식사할 때는 무슨 군대마냥 엄청나게 먹는데,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좀 낫다"며 웃었다.

"살이 좀 붙어야 공에 힘이 실린다. 메커니즘 면에서 좋다. 그래도 팔 스윙이 빠르니까 150㎞ 넘게 던지지만, 볼이 너무 가볍고 무브먼트가 좀 아쉽다. 그래서 투심을 던져보라고 했다. 김민처럼 투심이 잘 어울리는 투수다. 지금은 몸이 좀 약하다. "

쿠에바스와 아들의 인스타그램샷을 연출하는 KT 가족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7.06/

그나마 원상현은 체중을 72㎏에서 80㎏로 늘렸다. 식사량을 늘린 덕분이다. 쿠에바스는 진지한 얼굴로 원상현을 향해 "살 쪄야한다.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다. 1년차 �� 스트레스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정한 조언을 건넸다.

이날 쿠에바스는 KT 농구팀 저지 차림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시간날 때 파리올림픽도 챙겨봤다. 농구? 물론 봤다"고 했다. '잘 어울린다'는 말에 환한 미소로 답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