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당겨 받았다” 11만 명 ‘훌쩍’, 1년 새 2배 넘어 ‘사상 최대’.. 연금 깎인 들, 당장 굶게 생겼건만

전체 조기 연금 수급자 90만 명 육박
수급 시작 연령 1년 미뤄진 영향 커
지난해 만 62살→ 63살 한 살 늦춰져
수급 연령 연장.. ‘소득 공백기’ 생겨

원래 받을 나이보다 국민연금을 미리 앞당겨 받은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년새, 전년 대비 2배를 넘을 정도로 조기 수급자가 급증세로 나타났습니다.

애초 국민연금을 당겨 받게 되면 정작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도 조기 수급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퇴직 후 소득 공백기 마땅한 벌이가 없는 등 적은 소득으로 인해 노후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2일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민연금 조기연금 신규 수급자 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총 11만 2,031명으로 1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10만 명선을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으로, 직전 년도인 지난 2022년의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5만 9,314명으로 6만 명도 안됐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만 해도 2018년 4만 3,544명, 2019년 5만 3,607명, 2020년 5만 1,883명, 2021년 4만 7,707명, 2022년 5만 9,314명 등으로 6만 명선을 밑돌았습니다.

이렇듯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전체 누적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 역시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 전체 조기연금 수급자는 2018년 58만 1,338명에서 2019년 62만 8,832명, 2020년 67만 3,842명, 2021년 71만 4,367명, 2022년 76만 5,342명, 지난해 85만 6,132명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올해 3월 현재는 88만 5,350명으로, 조기연금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조기수급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지난해 수급 시작 연령이 1년 미뤄진 영향이 우선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연금 받는 나이는 60살로, 법정정년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후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면서 재정안정 조치 차원에서 1998년 1차 연금 개혁 때 2013년부터 61살로 늦춘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1살씩 늦춰졌습니다.

2013~2017년 61살, 2018~2022년 62살, 2023~2027년 63살, 2028~2032년 64살, 2033~2037년 65살 등으로 최종적으로 2033년부터는 65살부터 받도록 변경됐습니다.

출생 연도로 보면 1952년생까지만 해도 60살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수령했던게 1953∼56년생 61살, 1957∼60년생 62살, 1961∼64년생 63살, 1965∼68년생 64살, 1969년생 이후 65살로 수급 연령이 늦춰진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1961년생, 1965년생, 1969년생 등은 각각 수급 연령이 늦춰지는 시작 세대로서 이른바 ‘낀 세대’가 되면서 체감 타격이 커지게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1961년생만 해도 지난해 만 62살로 연금을 탈 것을 기대했지만, 예상 밖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퇴직 후 소득 공백기(소득 크레바스)를 견디지 못하고 조기 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 수급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수급 연령이 늦춰진 2013년과 2018년에도 조기 연금 신청자가 전년 대비 각각 5,912명(7.5%), 6,875명(18.7%) 늘어난 바 있습니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받을 시기를 1∼5년 미리 당겨 받는 제도입니다. 정년을 못 채워 퇴직해 노령연금 수령 나이까지 소득이 없거나 혹은 소득이 적어 노후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다만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을 평생 받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를 받고,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1년 당기면 94%를 받게 돼, 조기 노령연금이 ‘손해 연금’로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올해 2월 기준 조기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한 달 69만 6,584원으로 70만 원을 못 채웠습니다. 최고 수급액은 월 239만 5,750원이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