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묻지마범죄, 10건중 3건은 살인·살인미수

■ ‘이상동기 범죄’ 지속 증가
최근 18개월간 총 68건 발생
상해 48%·폭행도 23% 차지
피의자 ‘전과 없는’ 경우 42%
거리 등 공개된 장소 범행 72%
시민들 일상 위협… 대책 필요

지난해 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올해 상반기에만 총 22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이상동기 범죄 10건 중 3건은 살인·살인 미수로 분석돼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이상동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치안 차원을 넘어선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이상동기 범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이상동기 범죄는 총 22건 벌어져 지난해 상반기(20건)보다 10% 증가했다. 특히 2분기에만 13건이 발생해, 1분기 9건보다 한층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최근 18개월 동안 이상동기 범죄는 총 68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동기 범죄는 열 건 중 세 건이 살인·살인 미수 범죄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전체 68건 중 살인(미수 11건 포함)은 19건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상해와 폭행은 각각 33건(48.5%)과 16건(23.5%)이었다. 피의자들은 20대(16명)·50대(15명)·30대(13명)·40대(12명) 순으로 각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전과가 있는 경우가 39건(57.4%)으로 과반이었지만, 없는 경우도 29건(42.6%)이나 됐다. 또 길거리 등 공개 장소에서 발생한 범행이 49건(72.1%)으로 대부분이었다. 편의점·상가·쇼핑몰 등 공공장소는 16건(23.5%)이었다. 사실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달 하순부터 서울 지역에서 흉기 난동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영등포구 주택가에서 일면식 없는 행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 달 29일 은평구에서는 아파트 이웃을 일본도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지난 2일엔 70대 남성이 숭례문광장 지하보도에서 여성 환경미화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이상동기 범죄가 줄을 이으면서 경찰은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출범했다. 112 신고 건수와 흉기 이용 강력범죄가 감소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 10명 중 8명이 ‘사회적 취약층’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경제적·정서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사회에 포용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최근 일본도 살인 등 이상동기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국민적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며 “경찰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치안 확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 대책이 존재하기 어려운 난제”라며 “지방자치단체·보건 당국과의 협업, 사회안전망 가동 등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