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미화’ 독립영화 인정 못 받은 KBS 다큐…편성 취소청원 2천여명 동의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방영 철회 재차 촉구
한국방송(KBS)이 광복절인 15일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는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편성을 취소해달라는 시청자 청원이 올라와 2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다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불인정된 작품이다.
12일 한국방송 시청자 청원 누리집을 보면, 9일 올라온 ‘광복절 기념 이승만 다큐멘터리 편성 취소하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이날 오전 11시 기준 225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에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한국방송이 답변하도록 돼 있는데, 이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청원 작성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편향적 다큐멘터리를 광복절에 방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를 주도하고 제주 4·3 사건을 지휘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인물을 광복절이라는 의미 깊은 날에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것이 과연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한국방송은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방송 시청자 청원 누리집에는 해당 다큐멘터리의 방영을 촉구하는 청원도 10일 올라와 이날 오전 11시 기준 2515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 작성자는 “광복절 특집 이승만 다큐멘터리 방영을 적극 환영하며 편집 없는 방영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방송은 15일 광복절 기획으로 ‘독립영화관’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기로 했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는 지난달 31일 한국방송 본관에서 해당 다큐 편성에 항의하는 피케팅에 나섰다. 이들은 “해당 영상은 영화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조잡한 완성도를 가진 것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편협하고 편향적인 내용 일색”이라며 “아무리 다듬고 편집해도 도저히 국민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KBS에서는 15일 온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눌 때 이승만 다큐를 한다고 하면서 노조와 싸우고 있다”며 “이승만만 영웅이라고 하고 이승만 ‘건국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적의 시작’은 객관성 부족 등의 이유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독립영화 인정 심사 결과 ‘불인정' 판단을 받기도 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영진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영진위는 지난해 12월 심사 결과 ‘기적의 시작’이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인정 판단을 내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영화로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불인정했다”고 말하는 등 혹평했다. 올해 2월 재심에서도 불인정 판단이 유지됐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큐멘터리 방영 철회를 재차 요구할 예정이다. 박상현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편향적인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편성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 편성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번 편성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우익 성향,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임명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며 “한국방송이 윤 정부의 대한민국 역사관 개조에 동원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한국방송 편성본부에서는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 편성을 결정했다”며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차원에서 해당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정, 방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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