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품격’ 보여줬다… Z세대의 유쾌한 올림픽[2024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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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형 '헝그리 정신'은 진정 옛말이 됐다.
21세기형 '자신감'을 앞세운 '젠지(Gen Z : Z세대라고도 불리는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2024 파리올림픽 무대를 휘저었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젠지의 탄생을 알린 무대였다면, 이번 대회에선 젠지가 각 분야의 간판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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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선수 평균나이 24세
실력 갖추고 즐기면서 경기
승자·패자 모두 매너 돋보여
각분야 간판스타로 자리매김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장상민 기자
20세기형 ‘헝그리 정신’은 진정 옛말이 됐다. 21세기형 ‘자신감’을 앞세운 ‘젠지(Gen Z : Z세대라고도 불리는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2024 파리올림픽 무대를 휘저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5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한국 선수단은 13개(은9·동10)의 금메달을 따내며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이상 13개)의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예상을 깬 성적만큼이나 값진 성과는 한국 스포츠의 앞날을 더욱 밝힐 젠지 선수들의 대거 등장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4세에 불과하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젠지의 탄생을 알린 무대였다면, 이번 대회에선 젠지가 각 분야의 간판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기량이 무르익을 4년 뒤 올림픽에 더욱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세계랭킹이 낮아 우승 후보군에서 제외됐지만, 깜짝 반란을 일으킨 젠지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태권도 여자 57㎏급 금메달을 단 김유진(24·울산시체육회)의 세계랭킹은 24위. 낮은 랭킹 탓에 우승 후보군에서 제외됐지만, 랭킹 5위와 4위, 2위, 1위를 차례로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사격에선 세계 16위인 반효진(17·대구체고)이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 35위인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이들의 우승은 ‘깜짝 우승’에 비유되지만, 경륜을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돌진했다. 이들에겐 긴장감, 초조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자 펜싱 사브르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의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는 발언은 젠지의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표본이 됐다.
젠지는 자기애가 강해 건방지고 철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몇몇 승패의 순간에 품격 있는 장면을 보여줬다. 여자 탁구의 에이스 신유빈(20·대한항공)은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일본)에게 패하고도 먼저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신유빈은 당시 경기를 마치고 “이게 현재 나의 최선이고 내 실력”이라며 상대의 우월한 실력을 인정했다. 패배에 아쉬워하지 않고,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의 결실로 받아들인 명장면이다. 승자의 품격이 돋보인 장면도 있었다.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준(20·경희대)은 자신과 상대하던 도중 다쳐 기권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의 몸 상태를 먼저 걱정해 주고, 시상식에서는 부축하며 적극적으로 챙겼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올림픽이 노력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올림픽은 긍정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Z세대의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증명된 무대였다”면서 “Z세대의 다양성과 장점을 이해할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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