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안산의 고지안과 장성의 꽃매[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2024. 8.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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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의 중심부에는 우리말 지명을 한자의 소리로만 표기했음에도 그 뜻을 알기 어려운 지하철 4호선 역이 하나 있다.

고잔역 지역의 서쪽과 동쪽에 '고지' 두 개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 사이의 안쪽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로 '고지안'이라 부른 것이다.

꽃매를 억지로라도 표준말로 쓰면 '고지뫼'인데, 안산의 고잔역에서 만났던 '고지' 지형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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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의 중심부에는 우리말 지명을 한자의 소리로만 표기했음에도 그 뜻을 알기 어려운 지하철 4호선 역이 하나 있다. 고잔역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밀물 때는 바닷물이 찰랑이고 썰물 때는 너른 갯벌이 펼쳐졌지만, 지금은 그때를 상상하기 어렵다. 1970년대 말 반월공업단지를 조성할 때 갯벌을 메워 시가지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고지안’이라고 불렀고, 한자 古(옛 고)와 棧(잔교 잔)의 소리를 빌려 古棧(고잔)이라 표기했다. ‘고지안’이란 지명은 요즘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지형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지형을 지금은 ‘반쯤 섬’이라는 의미의 한자로 반도(半島)라고 부르는데, 옛날 사람들은 ‘고지’ 또는 ‘구지’라고 했다. 고잔역 지역의 서쪽과 동쪽에 ‘고지’ 두 개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 사이의 안쪽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로 ‘고지안’이라 부른 것이다. ‘고지’가 들어간 지명은 굴곡진 바닷가에서 아주 흔하진 않았어도 찾아보기 어렵지도 않았다.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성산리에는 ‘꽃매’라는 예쁜 이름의 작은 야산이 있다. 한자로는 花(꽃 화)와 山(뫼 산)의 뜻을 빌려 花山(화산)이라고 썼다. 지명만 보면 산의 모습이 꽃을 닮았을 것 같고, 혹시 산 아래 어딘가 꽃 모양의 명당이 있어서 붙은 이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 꽃매를 억지로라도 표준말로 쓰면 ‘고지뫼’인데, 안산의 고잔역에서 만났던 ‘고지’ 지형과 관련이 있다.

장성군 장성읍은 바다 한 귀퉁이 볼 수 없는 내륙 중의 내륙이다. 그런데 바다뿐만 아니라 너른 벌판으로 산줄기가 길게 뻗어 나간 지형도 ‘고지’라고 불렀다. 성산리 동쪽의 성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서쪽의 황룡강가 너른 평지로 뻗다가 솟아난 작은 산을 고지뫼라고 불렀고, 사람들이 강하게 발음하면서 꽃매가 되었다. 지역에 따라 꽃뫼·고지매·곶뫼라고도 불렀는데, 전국의 너른 들판에서 흔하지는 않았어도 드물지도 않은 산의 이름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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