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출전 가능한 나이와 스폰서 제한 풀어줬으면”...안세영 분노한 협회 규정은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8. 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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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올림픽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에게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22·삼성생명)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이같은 작심발언을 쏟아낸 가운데 향후 ‘국가대표 은퇴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을 놓고 협회와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을 전망이다.

안세영은 최근 배드민턴 선수들이 운동 만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누릴 수 있도록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풀어달라고도 주장해 배드민턴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해당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은퇴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햇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지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규정에는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안세영이 이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세영은 이런 나이 제한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2002년 2월생인 그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도 만 27세가 되지 않는다.

배드민턴계에선 국가 대표팀이 아닌 개인 출전 자격을 놓고 이전에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은퇴선수가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여자는 만 29세, 남자는 만 31세 이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은퇴했던 고성현과 신백철이 2017년 12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고성현-신백철.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항고심 재판부는 이듬해 5월 이를 받아들여 ‘남자 만 31세 이상’ 규정의 효력을 정지했다. 협회는 상소하지 않았고 본안 소송도 따로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2019년 10월 현재의 규정을 만들었다. 기존보다 남자는 3년 낮게 설정하면서 여자는 27세로 두 살 낮췄다. 당시 항고심 결정문에는 지금의 안세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다만 당시 심리된 조항은 ‘남자 만 31세 이상’이었던 만큼 안세영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구체적 근거에서 “만 31세 이상이 되면 향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종료했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 “고참 국가대표 선수의 은퇴는 후배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등 ‘만 31세’에 국한한 판단을 다수 내렸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에 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안세영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보상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개인 후원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며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개인 후원 계약기간에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세영은 선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이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안세영은 또 배드민턴 실업 선수들이 적용받는 ‘계약금·연봉 상한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이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별개로 수령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은 계약금·연봉에 포함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연봉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3년 경과 후에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3이었던 2017년 12월 태극마크를 달며 ‘천재소녀’로 주목받았던 안세영이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비인기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으로 안세영뿐 아니라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후원 계약을 선수 개개인의 차원으로 돌린다면 비인기 선수들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업연맹 규정도 마찬가지다. 연봉과 계약금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체 파이를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써 총 300여명의 실업 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를 간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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