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김영관 조교사, 역대 최다 1500승 달성 초읽기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 17연승 미스터파크 등 한국 최강마 배출
파리올림픽에서 땀과 눈물로 인고의 시간을 견딘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 가운데, 국내 경마계에서도 현대판 백락(명마를 잘 알아보고 천리마로 키워내던 중국 주나라 인물)이라 불리는 김영관 조교사가 한국 경마 역대 최다승(1500승) 신기록을 눈앞에 둬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4승을 올리며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는 현재 1500승까지 2승을 남겨둔 상태다. 1500승을 달성하면 한국경마 더러브렛(경주마 품종) 조교사로는 최초의 기념비적인 승수를 기록하게 된다.
조교사는 보통 한 주에 열리는 15개 경주 중 8개 경주에 출전한다. 비교적 적은 출전 기회에서 연간 50승을 달성하면 그해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지만, 매년 50승을 달성하더라도 1500승은 30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조교사 71명 중 500승을 넘긴 조교사가 10명 남짓임을 생각하면, 1500승은 꿈의 숫자가 아닐 수 없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김영관 조교사는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경마에서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경주마의 훈련과 관리, 출전경주 설계와 전략까지 총괄하는 일반 스포츠 종목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교사는 명마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수의 실력보다는 말이 가진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목장을 다니며 신예마 발굴에 힘을 쏟기 때문에, 마방에서 볼 수 없는 조교사로도 유명하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말의 생김새를 보고 명마의 자질을 갖춘 망아지를 발굴한다. 경주마를 고르는 재주가 워낙 좋아 '현대판 백락'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김영관 조교사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는 형국이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그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2004년 11월 28일 부경 1경주 경주마 '루나'로 조교사 인생 첫 경주를 시작했다. 그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을 안겨주기도 한 '루나'는 김 조교사가 처음으로 발굴한 원석이었다. 2003년 경주마 경매장에 나왔던 '루나'는 선천적 다리 장애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모두가 외면하던 루나에게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고, 김 조교사의 극진한 보살핌과 특성화된 훈련으로 '루나'는 무려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이며 보답했다. '루나'는 영화 '챔프'의 주인공이자 한국 경마의 전설이 돼 김영관 조교사의 경마 인생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토리가 됐다.
국내 최다 연승마로 기록된 17연승의 '미스터파크' 역시 경주마 데뷔 이전 몇 번의 구매취소를 겪으며 외면받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미스터파크'의 강한 승부욕을 알아본 김 조교사의 추천으로 곽종수 마주는 구매를 결정했고, '미스터파크'는 김 조교사의 관리 아래 명마로 거듭났다.
17년 연속(2006~2022년) 최다승 달성, 최우수 조교사 12회 수상, 최단기 1천승 달성 등 김영관 조교사는 최초 최고 최다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21년간 조교사로 활동하며 획득한 순위 상금만 871억 원에 달하고 남들은 일 년에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렵다는 대상경주(일반경주보다 높은 수준의 경주)를 무려 68회 우승하며,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대상경주를 휩쓸었다.
대상경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경주로 인정받는 5개의 G1 경주 중 4개(코리안더비, 코리아스프린트, 대통령배, 그랑프리) 경주에서 무려 17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더 놀라운 점은 각 경주에서 우승한 경주마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2015년에는 '장풍파랑', '감동의바다', '록밴드', '트리플나인', '오뚝오뚝이', '퀸즈블레이드', '파워블레이드'까지 7마리의 각기 다른 경주마가 우승으로 이름을 떨쳤다. 남들은 1년에 한 마리도 갖기 어려운 우승마를 7마리나 키워낸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주마는 대부분 김 조교사가 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나'와 '미스터파크'를 비롯해 대통령배(G1)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트리플나인',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2023년 암말 삼관마 자리에 오른 '즐거운여정'까지 꾸준히 경마에 큰 획을 남긴 경주마를 길러내고 있다.
역대 한국 경마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은 1983년 데뷔한 신우철 조교사(2016년 은퇴)와 박대흥 조교사(2022년 은퇴)의 1천승 기록이다. 이를 달성하기까지 각각 29년, 40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김영관 조교사가 얼마나 단시간에 압도적인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있다. 김 조교사가 1500승을 달성하게 되면 한국 경마 역사에서 오랜 기간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대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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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상희 기자 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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