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로 판 흔드는 인도...韓 기업엔 구애, 中 아성엔 균열 [Hello India]
보조금 앞세워 해외기업 생산시설 유치
印, 향후 중국 LCD 주도권 위협할 수도
K-디스플레이 포럼에 인도 연사 첫 초청
#. 인도 광산기업 베단타그룹은 지난해 6월 40억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해오던 천연자원 개발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베단타는 신사업을 위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제조기업 HKC에서 근무했던 와이제이 첸을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경영자(CEO)로 앉혔다. 같은 해 12월엔 대만 폭스콘의 패널 자회사 이노룩스와 기술 협정도 체결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CD 패널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왔던 인도는 최근 ‘자립’을 꿈꾸며 이처럼 자체 공급망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인도는 이미 2020년부터 보조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중앙정부가 투자금액의 50%를, 주정부가 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특히 베단타그룹이 LCD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인도 구자라트주 정부는 인도 최초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이 진출할 경우 건설비의 50%와 매출 또는 투자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인도가 LCD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했던 LCD 산업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주도권을 넘겨준 지 오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점차 손을 떼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했다.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2023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47.9%로 1위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한국 33.4%, 대만 16.7%, 일본 1.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인도가 LCD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중국이 쥐고 있는 LCD 주도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우리나라의 LCD 산업을 추월한 것과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 중국’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인도가 디스플레이 산업의 신규 생산거점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베단타그룹과 구자라트 주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직접 한국을 찾아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도 현지에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수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같은 해 9월엔 코트라(KOTRA)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한-인도 디스플레이 수출 사절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사절단은 인도 최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돌레라 특별투자지구를 방문해 베단타 디스플레이 공장 예정 부지를 시찰했다.
또한, 뭄바이에 위치한 베단타그룹 본사에서 와이제이 첸 디스플레이 부문 CEO를 직접 만나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현황을 소개받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역시 인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샤프는 인도에 대형 LCD 패널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인도 통신부와 논의 중이다. 공장 설립이 가시화하면 올해 9월 가동 중단 예정인 오사카 공장의 생산 설비를 인도로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인도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오는 13일 열리는 ‘K-디스플레이 2024 비즈니스 포럼’에 처음으로 인도 측 인사를 연사로 초청했다. 인도 국가투자진흥기관인 인베스트 인디아의 비노드 서브라마니안 총괄이 연단에 올라 인도의 디스플레이 정책 세부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인도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받게 될 인센티브가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새로운 잠재시장으로 보고 있는 곳이 바로 인도”라며 “인도에서 곧 디스플레이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의 LCD 산업 육성이 향후 OLED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또 다른 ‘치킨게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OLED 산업에도 점차 힘을 싣고 있는 중국이 인도의 부상에 대응해 OLED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 결국 중국은 LCD 대신 OLED로 눈을 돌려 사업을 키울 수 있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선 LCD를 놓고 경쟁했던 중국과 또 다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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