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퍼스트 몸값 끌어올렸던 ‘삼성전자 호재’, 이번엔 에어프로덕츠로 옮겨가나
5공장向 매출 미리 끌어와 15배 이하 멀티플 적용 가능성
4조~5조원대까지 오를 지 주목
이 기사는 2024년 8월 12일 08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또 하나의 조(兆) 단위 매물이 등장했다. 글로벌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프로덕츠의 한국 자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다. 매각 주관사가 물밑에서 조용히 잠재적 원매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벌써부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매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관건은 기업가치다. 못해도 2조원대 중반은 넘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회사의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동종 업계 국내 상장사들의 현 주가 기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10배를 곱한 값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4조~5조원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매각가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5공장(P5)에서 나올 매출액을 얼마로 잡느냐에 달렸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P5의 가스 공급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매각 측은 P5에서 나올 미래의 매출을 EBITDA에 미리 반영해 몸값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에어퍼스트 소수지분이 매각됐을 때도 삼성전자 3·4공장에서 나올 매출 전망치가 선반영된 바 있다. 그 덕에 에어퍼스트는 15배에도 못 미치는 EBITDA 배수를 적용하고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 가스 업체 에어프로덕츠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임하고 한국 자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단독]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물로…몸값 최소 2조원대). 매각 대상은 경영권 지분 전량으로, 에어프로덕츠(33.9%), 에어프로덕츠 자회사인 에어프로덕츠매뉴팩처링코퍼레이션(24.51%), 에어프로덕츠인터내셔널유한책임회사(41.63%)가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가 이번 딜을 조용히 진행해 온 것으로 안다”며 “대형 펀드를 운용 중인 일부 사모펀드(PE)들이 관심 갖고 보고 있으며, 워낙 큰 매물이다 보니 인수금융 주선사들도 벌써 눈치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몸값을 얼마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먼저 지난해 EBITDA와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동종 업체들의 밸류에이션만 놓고 추산하면 2조원대 중반의 몸값이 나온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328억원이었다. 특수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원익머트리얼즈(10.6배), 동성화인텍(9.1배), 태경케미컬(6.9배), 덕양산업(2.7배)의 기업가치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이 최고 10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적정 시가총액은 약 2조3000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 EBITDA가 10배에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20배 이상의 EV/EBITDA 멀티플도 거론하는 분위기다.
‘EBITDA 20배 이상’의 근거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지난해 소수지분을 판 에어퍼스트의 몸값이다. 지난해 에어퍼스트 대주주인 IMM PE는 회사 지분 30%를 블랙록에 매각했는데, 당시 전체 기업가치가 3조7000억원이었다. 전년도 EBITDA(1457억원)의 25.3배를 인정받은 것이다. 만약 이 밸류에이션을 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기업가치는 무려 5조9000억원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 에어퍼스트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단순히 ‘EBITDA에 25배를 곱해서’ 얻은 값이 아니다. 정확히는 ‘삼성전자 P3·P4의 가스 공급자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앞으로 벌게 될 돈을 EBITDA에 미리 반영해서 책정한 값’으로 봐야 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P3 라인 가스 공급자로 에어퍼스트와 린데코리아를 선정했고, P4라인 가스 공급 물량의 일부도 에어퍼스트에 맡긴 바 있다.
에어퍼스트 측이 P3와 P4에서 나올 매출액을 정확히 얼마로 잡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한 물량을 미리 당겨 와 EBITDA에 10~15배 멀티플을 곱한 값이 소수지분 매각 당시 기업가치”라고 말했다. 연간 EBITDA를 2500억~3700억원으로 봤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시 IB 업계에서는 P3·P4 등 신규 수주 계약이 반영되면 EBITDA가 최소 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기업가치 역시 P5 물량을 수주한다는 가정 하에 해당 물량을 EBITDA 전망치에 10~15배를 곱하는 식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1조2000억원대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올해 EBITDA 추정치의 12~13배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에어프로덕츠의 EV/EBITDA도 14~15배 수준이다.
때문에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최대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삼성전자 P5 물량을 반영해서 연간 EBITDA를 3300억~5000억원으로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회사의 작년 EBITDA(2328억원)의 1.4~2.1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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