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리려 의대증원, 그런데 되레 급속 붕괴중…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경데스크]
조만간 심장·폐 수술 불가능
의대증원 명분은 필수의료
지금은 되레 빠르게 붕괴 중
암환자도 수술 계속 밀려 한계
최종책임자 尹, 해결책내놔야
지난주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을 듣고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다음과 같은 내용 때문이었다. “사직한 레지던트 5701명의 약 11%인 625명은 종합병원 등에 취업해 진료현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주 258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명분은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늘려야 하는 것은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과목의 전문의이지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가 아니다. 따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개별적으로 취업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 아니라 걱정해야 할 일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 남아 있는 흉부외과 전공의는 12명에 불과하다. 하반기 추가 모집에 흉부외과 전공의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흉부외과 전문의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흉부외과학회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2만건이 넘게 시행되는 수많은 심장질환, 폐질환, 혈관질환, 선천성 심기형과 심폐 보조 시술들은 명맥이 끊기고, 남은 의사들은 빠르게 은퇴한다”며 정부를 향해 의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흉부외과 뿐 아니다.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10년 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 향후 10년간의 필수의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 복귀가 멀어져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구조 전환이다. 그렇다면 전문의 중심 병원을 구성할 전문의는 과연 어디에서 충원한다는 얘기인가. 결국은 전공의 교육을 통해 전문의를 양성할 수 밖에 없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 곧 전공의가 필요없는 병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정부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의와 PA 중심병원은 교육을 포기한 병원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의료 현장은 겉으로는 그럭저럭 유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방광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는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수술실 가동률이 떨어져 신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기로 한 대장암 3기 환자는 수술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수술 시기가 중요한 암환자들의 수술 일정이 이처럼 연쇄적으로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도 의료계도 서로를 향해 백기투항을 요구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우리 의료 환경은 조만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난 주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공의 수련체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무슨 조치를 다했다는지 알 길이 없지만 정부의 평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The buck stops here’라는 명패를 놓아두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대통령으로서의 다짐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다짐처럼 의료대란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있다. 해결책 역시 대통령이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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